인생 강사 '공부하는 추격자' 김미경의 조언
대학과 대기업 잇는 선 끊기고, 교육, 직업은 '직거래'
인생 재시동 적기, 온라인 빌딩 세우고, 안전 앞세워야
"내가 하면 남과 다르다고 믿는 '디지털 추격자' 시대"
"5% 완성도, 10명 지원군만으로, 소박하게 시작하라"
"기술에 소외된 노인들 자존감 떨어져, '디지털 코디' 파견 시급"

‘먼저 살아보고 솔루션을 준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진 인생 강사 김미경(연남타운 크리에이티브 대표). 116만 구독자 ‘김미경TV’의 지식 큐레이터로 활약하는 그는, 스스로를 공부하는 추격자라고 정의한다.

"경제전문가들은 백신이 나올 때까지를 기회를 잡을 골든타임으로 예상해요. 혼돈이 정점을 찍으면 감춰졌던 질서가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할 겁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모든 것을 껐다가 다시 켜는 것뿐이에요. 코로나로 일시 정지된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에게 남은 건 시동을 다시 켜는 것뿐이죠."

"이제 기업이나 학교 같은 ‘미들맨' 없이 실력만 있으면 직거래 시장에서 잘 나갈 수 있어요. 그러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몸으로 하는 육체노동입니다."

달라진 세계에서 개인은 어떻게 살아갈까? 수많은 전문가가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거시적인 예견을 쏟아내는 가운데, 116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지식 유튜브 ‘김미경TV’의 김미경이 내놓은 ‘코로나 솔루션 노트'가 유독 강렬하다.

작심한 듯 ‘김미경의 리부트'라는 타이틀로 출간된 그의 책은, 학자의 현란하고 ‘희뿌연’ 언어가 아니라, 코로나로 폐업에 몰린 자영업자, 실직한 회사원, 불안에 떠는 개인의 몸에 ‘착붙'해서 일으키는 공감의 언어, 코치의 언어, 생계의 언어로 선명하다.

스스로 이 코로나 재난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모든 강의가 올스톱되고 경영 위기에 처했었다), 혼돈 속에 숨어 있던 질서를 하나씩 찾아내는 스토리텔링 과정은 생동감이 넘친다.

그 자신,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기 위해 몸으로 안개 속을 헤맸다. 수천 장의 해외 기업 리포트와 인류학, 미래 트렌드 서적을 읽고, 학자와 금융가, 스타트업 혁신가, 자영업자를 인터뷰했다. 광고면까지 샅샅이 신문을 훑으며 안개 속을 더듬다 보니 희미하던 형체가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지식 정보가 부딪혀 소용돌이치는 미치광이 상태로 2~3달을 보낸 후 그는 쾌재를 불렀다.

"난 살 수 있다!"

나이가 많아도 아이를 키워도 좋은 대학을 못 나와도 시장과 직거래 할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수억 원의 보증금과 몇천만 원의 권리금 없이도 온라인에서 내 가게를 열 수 있고, 기업이라는 중간 거래상 없이도 내 능력을 값지게 홍보하고 팔 수 있다.

김미경은 낯선 세상과 내 인생을 연결하는 4가지 끈을 온택트(on-tact),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인디펜던트 워커(independent worker), 세이프티(safety)로 정돈했다.

그가 추출해낸 이 4가지 생존 공식은 디즈니를 회생시킨 CEO 로버트 아이거의 3가지 기업 비전 ‘콘텐츠, 기술, 글로벌'처럼 개인 커리어의 핵심을 관통하면서도 서로 연결된 가이드라인으로 유용하다. 이것을 나침반 삼아 나아가면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 같은 우리의 인생도 재시동이 걸릴까?

내가 나를 구해가는 과정이 너무 기뻐서 커피 탈 때도 뛰어다녔다는 김미경. 위기 때마다 공부로 돌파한다는 성실한 국민 강사, 지식 유튜버 김미경을 만났다. 인터뷰에서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직거래'와 ‘나만의 시나리오'였다.

그는 현재 인공지능 딥러닝을 통해 김미경 AI코치라는 상상도도 그리고 있다. ‘It’s time to Reboot Yourself’라고 쓰인 캠패인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채로 김미경의 리부트' 해외판 준비가 한창이었다.

-확실히 ‘공부 머리’가 있으신 듯합니다(웃음). 현장의 젊은 생각이 들어오면 흥분되고 활력이 넘친다고요?

"젊은 친구들 생각을 배우면서 많이 깨졌어요. 기성세대는 과거 방식대로 일하면서 시장이 작아지고 있는 걸 몰라요. 가령 출판만 해도 그래요. 우리는 300페이지 안 나오면 책도 못 내는 줄 알잖아요. 와디즈 플랫폼에 지식 크라우드 펀딩을 보면, 직장 생활 노하우 30페이지만 있어도 펀딩받아 PDF로 출간해요."

-구글 혁신가 알베르트 사보이아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간략한 PDF파일 형태로 공유하다가 나중에 책(‘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으로 출판했어요. 그의 핵심 조언도 일단 가볍게 출발해서 고객과 협업해 ‘나만의 데이터'를 모으라는 내용이었죠.

"맞아요. 처음엔 소박하게 출발하는 게 ‘달라진 세계’의 행동 강령이에요. 사실 이전 세계에서는 일정 물량이 안되면 안 들어갔죠. 책도 초판 3천 부는 기본이고요. 그런데 청년들은 자기 생각에 10명만 동의해도 시작해요. 언젠가 티핑포인트를 만나면 10명이 천명되고 백만 명이 되는 건 순식간이에요. 그게 스타트업의 힘이죠."

그 ‘10명의 베짱’이 디지털 시티의 본질이라고 했다.

"청년들은 블로그에서 10명만 좋아해 줘도 기뻐하고 그걸로 자기 갈 길을 찾아가요. ‘소확행’이라고 깔보면 안 돼요. 그걸 서로 지지하는 엄청난 운동 에너지가 있어요. 요즘 소비자는 황석영, 김훈 같은 대작가의 이름만으로 콘텐츠를 구매하지 않아요. 어떤 유명한 작가라도 책 내고 안 보이다 3년 만에 나타나면 팬들은 이미 다른 데 가 있죠."

-맞습니다. 과거의 영광이 시장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품의 마케팅 공식도 많이 바뀌었고요.

"제품의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 끊어진 끈을 연결하려는 노력이 마케팅이잖아요. 예전엔 신문이나 TV광고가 전부였지만, 요즘엔 디지털 마케팅 도구만 100가지가 넘어요.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에서도 스토리, 배너, 커머스 파트너스… 카테고리별로 태워 보내는 방식에 따라 효과가 다 달라요. 달라진 세계의 판을 이해하려면 역시 공부해야죠. 데이터 사이언스도 디지털 마케팅도."

-20~30대 젊은이보다 40~50대 이상의 중년들에게 더 절실한 공부인 듯싶습니다.

"청년은 그들의 방식대로 우리에게 누누이 변화를 예고해왔고, 지금 우리 눈앞에 미래를 끌어왔어요. 50대는 은퇴 압박에, 달라진 환경에, 지금 정신이 없어요. 분명한 건 우리는 2020년이 아니라 2025년에 살고 있다는 거예요."

-우리는 2020년이 아니라 2025년에 살고 있다?

"코로나로 딱 5년이 빨라졌죠. 2025년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이미 질문과 답이 끝났어요. 가령 ‘왜 책은 꼭 300페이지야? 30페이지면 안 돼? 종이책 읽으면 나무한테 죄책감 느껴져. 왜 꼭 정제된 것만 세상에 나와야 해? 난 E북이 좋아. 영상에 그림에 필기까지 인터랙티브가 되잖아.’

청년들은 문제점 다 파악했고 해결할 디지털 도구까지 활용하고 있어요. 지금은 기존 시장과 달라진 시장이 격돌하는 상황이고요. 그런 상황에서 기성세대는 뉴페이스가 뜨면 거드름 피우며 깔보죠. "쟤, 누구야?" 그런 청년들은 이미 디지털 세계에서 10년 전부터 쌓인 구력과 팬덤이 어마어마한데 말이죠."

-격차가 크군요!

"두고 보세요. 앞으로 정부도 개인도 이 디지털 격차가 큰 사회적 소용돌이를 만들 거예요. 디지털 격차는 내가 이 시대를 살면서도 속해있지 않다는 느낌을 줘요. 일상에서는 불편감이 커져만 가죠. 은행도 현금도 점점 사라져가요. 머지않아 디지털 머니와 프로그램 머니로 거래가 될 거예요. 믿고 있던 재테크 공식도 바뀌죠. 그 태풍의 눈 속에 금융과 교육이 있어요."

자체 콘텐츠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 론칭 후 디즈니의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기업들은 앞다퉈 자신의 정체성을 기술 기업으로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과 부동산 공식이 깨지고 강남 불패의 신화도 사라질 거라는 예견은 현재 시장을 생각하면 다소 급진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모든 변화의 중심에 금융이 있어요. 돈에 대한 개념, 돈 버는 방식이 변하면 산업과 교육이 동시에 연쇄적으로 반응을 해요. 돈에 최적화된 물건, 그것을 파는 공급 방식이 싹 다 바뀌고 있어요. 가령 버버리는 자기 정체성을 명품 패션 회사가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 기업이라고 선언한 후 지금 정점에 올랐어요. 많은 회사가 앞다퉈 인공지능, 빅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우리는 테크 기업'이라고 선포하고 있죠. "

-올 초엔 월마트도 IT로 체질 개선한 월마트 플러스로 아마존 프라임에 승부수를 던졌더군요. 디즈니도 디즈니 플러스라는 플랫폼으로 넷플릭스를 추격 중이고, 얼마 전엔 현대 카드도 고객 데이터로 수익을 내는 플랫폼 기업으로 선언을 해서 놀랐습니다.

"그렇죠. 기업은 그 데이터 사이언스의 길을 닦고 물품을 데코레이션하는 인재를 학교에 요구해요. 학교가 그 교육을 감당 못 하면 개인은 인터넷에서 스스로 그 지식 파이프를 연결해서 뚫어요. 기업은 이제 학력 불문 실력을 원해요. 좌절 경험 없는 수재가 아니라 실패 경험을 갖춘 현장 실력자를 찾죠.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 보고 스스로 코딩 배우고 자율 주행하는 드론까지 공부해요. 그러니 강남 8학군이나 대치동 학원가로 결속된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가 계속될까? 의심해봐야죠.

과거의 교육을 믿고 앞으로 20년을 투자했던 부모들은 분명 자녀교육 방식을 바꿀 거예요. 돈 버는 방식, 교육 방식, 결혼하고 집 사고 애 기르는 가정의 형태가 다 바뀌어요. 지금까지는 25살에 대학 졸업하고 사회 생활했다면, 이제 17살 청소년도 원하면 일할 수 있어요. 고구마 줄기처럼 금융, 교육, 가정이 다 줄줄이 연결돼서 반응이 터져요."

-그러고보면 전 세계인의 사고방식이 대형 파이프로 연결돼서 엄청난 속도로 진화를 이뤄내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이후 모든 기준은 ‘생명과 생존'으로 좁혀졌거든요. 얼마 전 CNN을 보니 한 미국 의사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해요. 부모들의 선택도 훨씬 급진적으로 됐죠. 예전엔 ‘무조건 학교는 가. 졸업장은 따!'였다면 이젠 ‘학교 안 보내겠다'는 거예요. 바이러스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잖아요. 학원을 보낼까? 행사를 열까? 거기 몇 명 모인대? 안전하대? 모든 게 다 코로나 필터를 거쳐요. 그러면서 아는 거죠. 진짜 다른 세상이 왔구나."

김미경은 달라진 세상에서 필요한 게 ‘나만의 리부트 시나리오’라고 했다. 영화 용어로 리부트란 어떤 시리즈에서 그 연속성을 버리고 작품의 주요 골격이나 등장인물만 차용해서 새로운 시리즈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배트맨'이 ‘배트맨 비긴즈'로 리부트됐듯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모든 것을 껐다가 다시 켜는 것’ 이다. 코로나 때문에 일시 정지된 상태였기에 우리에게 남은 건 시동을 다시 켜는 것뿐이라고. 김미경이 말하는 ‘인생의 재시동’에는 조건이 있다. 나라는 등장인물은 같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써야 한다.

영화 ‘배트맨 비긴즈'의 한 장면. 핵심 등장인물로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것이 ‘리부트'다.

-자기만의 시나리오를 쓰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지금껏 세상 규칙에 떠밀리듯 살다 보니, 내 인생에서 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도 거의 못 해봤어요.

"규칙이 무너지고 혼돈이 가득 찬 지금이 기회죠. 자꾸 상상하고 써봐야 해요. 무섭다고 몸 사릴 것도 없어요. 어차피 사는 건데요, 뭘. 사는 노력은 다 똑같아요."

그 자신, 여태껏 오프라인 강의 로드를 달리느라 다른 길을 못 봤다. 새벽부터 밤까지 그 길만 가다 보니 점점 반경이 좁아진 것. 코로나로 그 생활이 다 정지되니까 이제야 ‘루틴'이 생기고, 거리에서 허튼 시간 안 버리니, 쳇바퀴 돌듯 운동하고 공부하게 되더라고.

"세상에! 내가 모르는 세상이 이렇게나 많았나? 지금 내 몸 안에는 ‘놀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어요. 새로운 사람 만날 때마다 제 생각도 확확 달라져요. 일주일에 한두 번 스타트업 친구들을 만나, 유튜브에 올려요. 여러분들도 충격 좀 받으시라고! 하하."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소셜 믹스(social mix)가 창의와 기회의 원천이라고 건축가 유현준도 강조하더군요.

"저도 아날로그에서 달렸던 사람이잖아요. 20~30년 강의 분야에서 코어 콘텐츠가 있는 사람인데, 그걸 달라진 세상에서 써먹으려면 신기술에 익숙한 사람들과 협업해야 해요. 아직도 ‘세상은 곧 예전으로 돌아갈 거야’하시는 분들, 그 생각 버리세요! 나는 달라진 세상과 협업해야 해요. 달라진 세상에 내 몫이 있을까? 있어요!"

“혼돈의 에너지가 크다는 것은 그 안에 질서의 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달라진 세계에서 살아가는 공식을 4가지로 정리했죠?

"원래 제 솔루션 노트에는 10가지가 넘었는데, 확 줄여서 핵심만 남겼어요. 1 온택트로 비대면 관계를 활성화하고 2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온라인에 다양한 내 가게를 입점시키고 3 인디펜던트 워커로 조직에 연연하지 않는 독립적인 인재가 돼서 4 세이프티를 기준으로 안전한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하자는 거죠. 이 4가지 공식에 맞춰서 자기 시나리오를 쓰면 됩니다."

-나만의 코어 콘텐츠, 추격자 등등 영감과 의욕을 자극하는 발견도 꽤 많습니다. 결국 이게 다 직거래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인디펜던트 워커가 되자는 건데요. 혹시 이 인디펜던트 워커가 자칫 허울 좋은 긱 노동자(경제 플랫폼에서 수시로 일거리를 구하는 임시 노동자)가 될 우려는 없을까요?

"인디펜던트 워커는 이름만 바꾼 프리랜서가 아니에요. 일단 디지털판 자체가 ‘인디펜던트 워커'와 핏이 잘 맞게 바뀌었어요. 최적화된 디지털 서비스 안에서 내가 일의 주도권을 쥐는 거죠. 중요한 건 ‘무엇을 할 것인가’와 ‘어떻게 살고 싶은가'가 일치되어야 자존감 있는 인디펜던트 워커가 된다는 거예요.

자기 가치를 실력으로 실현하려면, 어떻게든 내가 잘하는 핵심 역량, 코어 콘텐츠를 발견하는 게 우선이죠. 내가 하면 남과 다르다는 걸 믿어야 해요. 그리고 제가 제안한 4가지 공식에 맞춰서 계속 자기 커리어 시놉시스를 상상하고 써봐야 해요."

-예를 들면요.

"헤어디자이너라고 가정해보죠. 코로나 시대에 미용실 쉽지 않아요. 일단 세이프티를 생각하면 대형 미용실 안 가겠죠? 1인 예약제나 방문 서비스로 가보면 어떨까 상상해볼 수 있죠. ‘안전하다, 편리하다’를 강조한 카피로 블로그 만들고, 예약 애플리케이션 다운 받아서 바로 운영 들어갈 수 있어요. 거기에 데이터가 쌓이면 그게 또 자산이 돼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한 걸음씩 몸으로 움직여서 하는 거예요."

-세상은 넓어지는 데 내 입지는 좁아지는 이 불길한 느낌은, 디지털 육체 노동을 계속 회피해서군요.

"판이 흔들려서 그래요. 특히 어르신들이 "난 쓸모없는 존재야"라고 느끼기 시작하면 여러 사회 문제가 생겨요. 내 쓸모를 남에게 강요하면 안 돼요. 내가 찾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협업해야 해요. 말이 좋아 협업이지, 빡세게 공부하는 거죠. 이전 세상과 달라진 세상의 차이는 디지털 기술이에요. 디지털 마케팅 몰라도 알아서 해주는 애플리케이션 다 나와 있어요. 카톡 말고 앱 다운받으면 스마트폰 폭발하는 줄 아는 분들(웃음). 그런 세상에 사니 나는 가만 있어도, 내 땅이 작아지는 거죠."

-50대 후반인 당신은 어떻게 달라진 세상에 바로 적응했나요?

"새벽 5시까지 유튜브 책 읽다가 다음 날 아침, 바로 시작했어요. 핵심은 당장, 그리고 소박하게."

-당장! 소박하게! 시니어에겐 태도의 변화가 관건이겠습니다.

"저는 일단 마음가짐을 바꿨어요. 김미경은 오프라인에서는 유명해도 온라인에서는 미미한 존재예요. 바꿔 생각하면 오프라인 관객들은 ‘김미경이 오래 해 먹는다' 싶지만, 디지털 세상에서 나는 신제품이란 말이죠.

달라진 세상에선 ‘5%와 10명’만 있으면 된다’는 ‘소박한 소울'이 필요해요. 달라진 세계의 법칙이 뭔지 아세요? 시작하는 힘이에요. 청년들은 ‘성격 나쁜 직장 상사 대처법’이라는 사소한 노하우도 시장에 내놓고 팔고 최소 10명은 그걸 사가요. 직장 생활 전체가 아니라 ‘상사 대처법'이라는 5%의 노하우를 서로 인정하면서 ‘소셜’이라는 시장이 큰 거예요.

생산자는 5%만 완성돼 있어도, 좀 어설퍼 보여도 공동체를 위한 선한 마음이 있으면 그걸 공개하고, 피드백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요. 그걸 소셜 펀딩의 소비자들이 지켜봐 줘요. 디지털에 그 5% 사람들의 열망이 가득하고, 그들의 응원이 모여 펀딩으로 가는 거예요. 이걸 모르고 ‘내가 삼성에서 30년 있었는데 말이지…’ 이렇게 나오면 말짱 도루묵이죠."

-‘왜 이래? 나 이래 봬도 저쪽 세상에서 잘 나갔던 사람이야' 괜한 힘 다 빼고, 디지털 세상의 신입생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씀인데요. ‘5%와 10명’으로 캐주얼하게 시작하면, 왠지 실패해도 용서가 되고 상처도 덜 받을 것 같습니다만.

"실패가 배움의 포인트죠. 대신 반응이 미미하다고 실망하지 말고 계속 꾸준히 하면, 정말 아주 조금씩 늘어요. 어느 순간 티핑 포인트가 와서 빵 터지면, 단숨에 1만 명 팬덤으로 올라가는 거예요. 이제까지 우리는 그 시장에 진입하려고 중간거래상을 거쳐야 했고, 일명 미들맨(middleman) 격인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청소년 시기를 대학 진학에 다 바쳤잖아요.

이제 밤하늘의 우주가 열렸어요. 거기서 내가 계정 파고 자리 잡고 빛을 내면 거기가 시장이에요. 그걸 몸으로 깨달아야 해요. ‘5%와 10명'이라는 소박한 정신으로 디지털 세계로 와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예요. 이 시장에선 프리미엄도 없고 제작비도 안 들어요."

지금까지 김미경TV가 업로드한 동영상은 1300개가 넘는다. ‘김미경의 MK쇼(SHOW)’ ‘김미경의 북드라마’ ‘언니의 따끈따끈 독설’ ‘MK미장원’ ‘김미경의 온.리.유(온갖 리뷰 유튜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김미경TV도 완제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5%만 갖고 3년 동안 천천히 해왔고, 구독자는 어느 순간 110만 명을 넘어섰다.

-디지털 세계로 와서 어떤 점이 가장 놀랍던가요?

"기성세대는 밑바닥부터 굴렀다고 하잖아요. 자랑삼아 자수성가했다고. 여기선 아녜요. 먼저 시작한 사람이 바탕을 다져놓고, 그 노하우를 다 까요. 자기 기술을 공짜로 하나라도 더 나눠주려고 해요. 더 좋은 세계를 위해서 디지털 도시를 함께 세우겠다는 거죠. 확진자, 마스크 약국 앱도 2~3일 만에 나왔잖아요. 개발자들이 오픈 소스로 프로그램을 다 열어놔서 가능한 거예요. 그 공유의 스피릿이 얼마나 놀라워요?"

-‘니 거, 내 거' 따지는 배타적인 아날로그 정신으로는 디지털의 개방성과 공유 정신을 이길 수 없죠.

"자기 재능을 공짜로 시장에 내놓는데, 그걸 어떻게 이겨요. 그래서 시장이 무진장 빠르게 성장하는 거예요. 지금 40~50대들은 맘 잡고 디지털로 가기만 하면, 오픈 마켓에서 모든 게 다 공짜로 구비돼 있어요. 인스타 마켓? 들어가기만 하면 돼요. 블로그? 매일 글 한 줄씩만 꾸준히 올려도 돼요. 당장 내 휴대폰 업그레이드만 해도 되죠.

더는 나를 인증해줄 미들맨에 목매지 마세요. 내 주변의 믿을만한 10명만 고객으로 만들어서 큰 시장에서 다이렉트 거래하세요. 우리는 이제 달라진 세계에 던져졌어요."

경제 경영과 자기계발의 하모니, 위기를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으로 설정한 ‘김미경의 리부트'.

-디지털 소외계층도 가능할까요?

"그래서 제가 구상한 게 ‘디지털 코디’에요. 앞으로 전자정부가 되면 투표도 온라인으로 할 텐데, 노인분들 교육이 시급해요. 공공 영역에서 40~50대 전업주부를 온라인으로 채용 교육해서 5만 명 정도 디지털 코디로 활동하게 하는 거죠. 페이도 디지털 머니로 지급하고요. 디지털 코디만 상상해도 거기 온택트(온라인 교육),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머니), 인디펜던트 워커(고용 창출), 세이프티(안전 방문 매뉴얼)가 다 들어있어요."

30%는 땅에, 70%는 클라우드에 발 딛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빌딩 지을 생각 말고 서버 지을 생각을 해야 한다고 그가 목소리를 높였다.

-수많은 미래학자와 전문가들이 ‘세상이 이렇게 흘러간다'고 큰 그림만 보여주는데, 당신은 ‘나는 어떡해?’에 대한 세심한 가이드를 주고 있어요. ‘먼저 살아보고 솔루션을 준다’는 ‘큰 언니'의 긍휼이 느껴집니다. 오프라 윈프리가 떠올랐어요.

"오프라 윈프리가 자신을 끌고 가는 그 힘을 좋아해요. 자기 삶을 실험하는 데 거리낌이 없잖아요."

-난관에 봉착할 때, 즉각적으로 공부하고 실험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건 기질인가요?

"하하. 네. 전 그게 가장 재밌어요. 생존 공부. 나를 위해서 내가 일하는 게 생존 공부예요. 코로나로 강의 끊겨서 울고 있는 나를 도울 사람이 누가 있어요? 나밖에 없잖아. 내가 나를 돕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공부예요."

-어른들은 ‘생존 공부'한다지만, 지금 학교도 못 가는 아이들은 앞으로 무슨 공부를 할까요?

"기후변화와 철학에 관한 공부가 큰 흐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코로나가 던진 숙제는 우리가 먹고사는데 급급한 나머지, 아이들이 살 미래 환경을 망쳐놨다는 거예요. 이대로 가면 더 큰 문제가 온다는 거죠. 우리는 그동안 미세먼지도, 긴 장마도, 폭염이나 전염병의 위협도 없는 좋은 기후에서 잘 살았잖아요. 광장에서 1천 명, 1만 명 함께 모이는 행사하면서 울고 웃으며 인간 존재의 희열을 느꼈죠.

요즘 초등학생들, 학교 가면 칸막이치고 떨어져서 ‘혼밥’ 먹어요. 타인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뭔지? 행복이 뭔지? 함께 사는 게 뭔지?’ 탐구하지 않으면, 공존을 해체하는 선택을 할지도 몰라요. 저는 요즘 고등학교 1학년인 저희집 막내딸하고 인간의 자유에 관해 토론해요.

사실 아이들이 말은 안 해도 지금 상처를 엄청 받았어요. 자유를 박탈당하고, 감염되면 낙인이 찍히고. 어른들도 약해져서 조금만 찌르면 악 소리가 내고, 두려움에 빠져 잘못된 판단을 해요. 내 상처에 내가 답하는 게 철학이잖아요. 달라진 세상에서는 다시 철학이라는 학문이 떠오를 거예요."

‘김미경TV’와 온라인 대학 ‘MKYU대학’를 이끌면서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자신의 사업을 키우고 있다.

-둘째 아들은 고등학교 자퇴 후에 일본으로 가서 뮤지션이 된 거로 알고 있어요. 고등학생 막내와도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했나요?

"막내도 고등학교를 끝까지 안 다닐 확률이 높아요(웃음). 저는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 생태계는 엄마라고 생각해요. 부모가 먼저 씩씩하게 잘 살아야죠. 얼마 전엔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사회의 가치와 내 가치가 충돌할 때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 썼더라고요. 어쨌든 이 아이는 학교, 회사 같은 미들맨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가 가능하다고 봐요(웃음)."

중간거래상을 거치지 않는 ‘직거래'의 신대륙 아래엔 ‘블록체인'이라는 핵심 기술이 받치고 있다. 공공 장부 개념인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되면 모든 것이 더 투명해진다. 온라인상에서 동시에 구축된 신뢰를 기반으로 개인은 ‘미들맨'의 보증 없이 각자 기회의 땅에 서게 된다는 것이 김미경의 예측이다. 권위를 갖춘 전통 조직에 들어가려고 아등바등하고, 나눠 먹자고 충성을 맹세하는 과정이 생략되는 것이다.

-때론 생각의 속도가 세상의 속도 보다 너무 빠르면 헛바퀴만 과하게 돌리다 기운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현실 감각은 어떻게 갖출 수 있습니까?

"그래서 나만의 시나리오가 절실한 겁니다. 개인화된 리부트 시놉시스. 내 직업에서 앞으로 변할 것과 변하지 않을 것을 구체적으로 써봐야 해요. 거기서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을 온택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인디펜던트 워커, 세이프티 공식에 맞게 정리해 나가야죠. 미래학자라고 해서 대단한 기술을 쓰는 게 아니에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일단 다 적어보고 정교하게 다듬는 게 미래 예측의 시작이죠."

어서 빨리 나만의 코어 콘텐츠를 찾아 디지털로 명함을 새기라고 당부하는 김미경.

-우문이지만 다시 한번 묻습니다. 정말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까요? 진심으로 지금이 기회의 시기라고 느낍니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위기, 속도를 내면 확실한 기회예요. 이번엔 정말 판이 크고 빠릅니다. 전 국민이 다 같이 변하니 그 속도가 어마어마해요. 안타까운 것은 위기가 오래되면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져요. 당장 돈을 좀 못 버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에요. 자칫하면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 된다는 게 더 무섭고 우울하죠.

이번 판은 내가 나를 좀 부지런히 도울 필요가 있어요. 디지털 시장은 늦어서 이미 포화상태 아닌가? ‘포화상태지만, 내 자리는 있습니다’. 전속력으로 추격하면 돼요. 속상한 게 기업들은 이미 경영 리포트로 솔루션이 다 나왔어요. 개인은? 스스로 상상하고 솔루션을 만들어야죠. 절대로 예전으로 못 돌아갑니다. 다행인 건 의심을 버리고 안개 속으로 들어오면 서서히 윤곽이 보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