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창업 이후 3조원 투자받아
고학력·고소득 20~40대 타깃
종합 금융 판테크 기업 한 발짝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소파이’의 옥외 광고판. 저금, 대출, 투자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에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삼성 페이’와 직불카드 기능을 결합한 ‘삼성 머니’를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삼성 머니를 출시하기 위해 손잡은 회사는 미국의 핀테크 스타트업 ‘소파이(SoFi)’. 미국의 갤럭시S 시리즈 스마트폰 사용자는 소파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자산 관리 계좌를 신청하면 삼성 머니를 이용할 수 있다.

소파이는 2011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에 재학 중이던 마이크 캐그니가 동문 세 명과 함께 창업한 개인 간 거래(P2P) 금융기업이다. 스탠퍼드대 졸업생이 재학생에게 학자금을 낮은 금리로 빌려주는 중계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회사 이름도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는 뜻인 사회적 금융(Social Finance)의 머리글자에서 따왔다.

스탠퍼드대 졸업생 40명이 모은 200만달러(약 23억7400만원)를 재학생 100명에게 대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버드대, 노스웨스턴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여러 대학으로 학자금 대출 사업을 확대했다. 소파이는 현재 학자금 대출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주식 거래, 상장지수펀드(ETF) 운용, 직불카드, 자산관리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파이는 미국 핀테크 스타트업 중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기업이다. 창업 이후 현재까지 소프트뱅크, 카타르투자청,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등 유명 투자사와 투자자로부터 3조원가량을 투자받았다.

올해 4월에는 미국 모바일 결제 시스템 개발 스타트업인 ‘갈릴레오’와 홍콩 주식 거래 플랫폼 스타트업 ‘에잇 시큐리티’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두 건의 굵직한 인수·합병 이후 소파이는 통화감독청(OCC)에 국법은행 설립 인가 신청서를 내면서 종합금융 핀테크 기업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소파이의 기업 가치는 약 48억달러(약 5조7000억원)로 이미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회사)’을 넘어 ‘데카콘(기업 가치 10조원 이상의 비상장 회사)’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무서운 속도의 성장세를 보이며 투자자들로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는 소파이의 성공 비결 세 가지를 살펴봤다.

◇성공 비결 1│탄탄한 고객을 찾는다

소파이의 주요 고객층은 고학력·고소득의 20~40대다. 고객층이 한정적이지만 낮은 금리, 긴 상환 기간, 높은 한도의 대출 상품을 제공해 이들을 끌어들였다. 소파이 입장에서는 돈을 빌린 사람이 연체하거나 파산할 위험이 적기 때문에 낮은 금리로 대출해줘도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소파이는 신용 평가에서 금융·비금융 정보를 모두 활용한다. 미국 3대 개인신용평가사인 엑스페리안·트랜스유니온·에퀴팍스의 신용 평가가 반영된 ‘피코 스코어’와 신용평가사가 함께 만든 ‘벤티지 스코어’뿐만 아니라 대출자의 현금 유동성과 수입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학력과 직장 경력을 주요 평가 지표로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재직 중일 경우 승진 가능성이나 업무 성과,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 중일 경우 보유 자격증이나 향후 근무 시 받을 급여 등도 분석한다. 고객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신용도도 심사에 반영하는 것이다.

소파이로부터 대출을 받은 고객의 피코 스코어는 타사와 비교해 높고, 대출 상품 부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우량 고객을 보유한 소파이의 신용도도 탄탄하다. 소파이는 2016년 P2P 금융기업 중 최초로 무디스에서 AAA 등급을 받았다.

◇성공 비결 2│영원한 고객으로 모신다

학자금 대출 사업만 하던 소파이는 2014년 주택담보대출, 2015년 개인신용대출을 도입했다. 이어 기존 학자금 대출자가 취업을 하거나 전문직 자격증을 따면 금리를 낮추거나 상환 기간을 조절할 수 있는 상품도 만들었다. 미래 가치가 높은 고객을 학자금 대출을 통해 미리 확보하고, 이들의 생애 주기에 따라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매출을 늘리는 전략이었다. 한 번 잡은 고객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소파이는 대출자가 파산하지 않고 경제력을 키울 수 있도록, 오래 자사 고객으로 남을 수 있도록 특별한 부가 서비스도 제공한다. 가령, 갑작스럽게 실직할 경우 최대 12개월까지 상환을 유예해주고 다시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재취업 컨설팅이나 창업 교육을 제공한다.

재취업 컨설팅에서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첨삭, 면접 코칭도 해준다. 소파이가 직접 대출자와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다른 고객을 찾아 연결해주고 일자리를 알선해주기도 한다.

이 밖에도 법률, 자산 관리 전문가들로 구성한 자문위원회를 통해 고객들에게 올바른 자산 관리와 재테크 방법을 제공한다. 눈앞의 이익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과 동반 성장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성공 비결 3│전통 은행 고객을 뺏는다

‘은행하지 마세요, 소파이하세요(Don’t bank, SoFi).’ 2016년 2월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 중계 중 방영된 소파이의 광고 문구다. 이 광고는 전통적 은행의 금융 서비스에 부족함을 느끼던 소비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후에도 소파이는 광고에서 ‘은행도 사실 은행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등 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은행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실제로 소파이는 모바일 은행 스타트업 ‘젠방크스’를 인수한 뒤 2018년 은행 서비스인 ‘소파이 머니’를 선보이면서 전통적인 은행의 법칙을 깨뜨렸다. 기존 은행보다 높은 예금 이자율을 적용하고 기존 은행이 계좌 유지, 자동화 기기 사용, 국내외 송금 등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전부 없앴다. 파격적인 수수료 면제 정책은 기존 은행을 위협했고, 소파이는 ‘파괴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소파이 머니는 온라인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운영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다른 서비스를 통해 얻는 수익을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되돌려준다는 방침이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