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대신 ‘감성’ 앞세운 침대 업계… 1인 가구·젊은 고객 겨냥

침대 회사들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를 잡기 위해 ‘B급’, ‘감성’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기존에는 가족 단위의 중장년층이 주요 고객이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내수가 침체된 가운데 젊은 고객을 새롭게 확보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침대 없는 광고로 이목을 끈 시몬스.

4일 침대 업계에 따르면 에이스침대(003800)는 ‘침대는 과학’이라는 문구로 기능을 강조하던 기존 광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배우 박보검을 모델로 쓰며 감성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른바 ‘좋은 잠이 쌓인다, 좋은 나를 만든다’ 캠페인이다. 침대 앞에서 박보검이 신나는 음악에 들썩이며 춤을 추는데 잠을 자고 일어난 후 기분 좋은 경험을 춤으로 표현했다.

에이스침대의 이 광고는 유튜브 누적 조회수 5800만회를 기록했다. 에이스침대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13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었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제품과 기능만 전달하던 전형적인 광고에서 벗어나 젊은 고객에게 기분 좋은 경험을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별이 다섯 개’라는 광고로 유명한 장수돌침대는 ‘B급 무비'를 유튜브에 올려 조회수 116만회를 기록했다. 최창환 회장이 호탕하게 웃으며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별이 다섯 개"를 반복해서 외친다. "중독성 강하다", "트렌디하다", "이쯤되면 사야한다" 등의 반응이 온라인에서 나온다.

1992년 설립된 장수돌침대는 온돌을 통해 열을 고르게 전달하는 돌침대로 중장년층 사이에서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미래 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B급 마케팅을 펼쳤다고 한다. 장수돌침대 관계자는 "올해 실적은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다"면서도 "돌침대가 중장년층이 쓰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10~20대에게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영상을 제작했다"고 했다.

왼쪽부터 장수돌침대 유튜브 영상,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에이스침대 광고.

시몬스는 창립 150주년을 맞아 ‘감성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지난 4월부터 세 달간 서울 성수동에서 철물점 콘셉트의 시몬스 하드웨어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열었다. 침대 대신 알록달록한 공구, 목장갑, 작업복 등을 팔았는데, ‘힙한’ 감성으로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시몬스는 올해 초 침대 없는 침대 광고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문구와 함께 ‘지하철 쩍벌남’, ‘수퍼마켓 계산대 새치기’를 유쾌하게 풍자했다. 광고에 침대가 등장하지 않아도 침대가 주는 편안함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몬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오른 10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올랐다. 시몬스 관계자는 "150년의 역사와 유산을 알리기 위해 감성 마케팅에 나섰다"며 "특히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이색적인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