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 중인 공무원들이 외부에서 업무망에 접속할 수 있는 '정부원격근무시스템(GVPN·Government Virtual Private Network)'에 잇따라 서버 장애가 발생하면서 불편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향조치에 따라 2~3교대 재택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접속자가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정부 중앙부처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운영하는 정부원격근무시스템은 지난달 31일부터 접속자가 몰리는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 접속이 안되거나 속도가 느려지는 등 서버 장애가 반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페이지 접속이나 로그인이 안되고 자동으로 로그아웃 되는 식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일 서버 장애가 길어지면서 "GVPN 서비스 순단(瞬斷) 발생 알림'이라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공지에는 "시스템의 과부하로 로그인시 순단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GVPN의) 업무 이용은 가급적 오전 10시 이후에 활용해달라"고 적혔다.
GVPN은 공무원이 국내‧외 출장지나 집에서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사무실처럼 행정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GVPN에 접속하면 ▲출퇴근체크(e사람) ▲온나라메일(메일) ▲온나라(결제·메모 보고) ▲G드라이브(PC업무자료), ▲웹오피스(문서 편집) 등의 업무 관련 프로그램에 접속할 수 있다. GVPN이 접속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업무망에 접속할 수 없고 재택근무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실제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1월 GVPN 가입자수는 2만454명에 그쳤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재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지난달까지 누적 가입자수는 9만9460명으로 증가했다. 가입자수가 4.9배 늘어난 상황이다. 접속자수도 지난 1월 9138명에서 4월에는 8만2008명으로 9배 늘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이미 아침마다 출근 기록을 위해 GVPN에 접속하려는 '출근도장찍기'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서버장애 뿐만 아니라, 해결책을 상담해주는 운영지원센터도 마비된 상황이다. 행안부는 "현재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용문의 증가로인해 운영지원센터 통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세종시 한 부처에 근무하는 사무관 A씨는 "아침 8시부터 일을 시작했지만 40분동안 GVPN이 접속되지 않아, 출근 기록을 하지 못해 졸지에 '지각생'이 될 뻔 했다"며 "가까스로 접속이 되더라도 자동으로 로그아웃 되는 상황이 반복돼 불편했다. 아침마다 온라인 출근 도장찍기 대란이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찰청 소속 경감 B씨는 "오전 8시20분부터 접속을 하려고 했는데 30분이 넘게 로그인이 안됐다"며 "겨우 로그인 해서 업무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서버가 튕기면서 적어뒀던 내용이 날라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결국 상사에 출근 기록과 업무계획서를 카카오톡으로 보고했다"며 "주변에서도 GVPN 접속 장애 때문에 답답하다는 불만이 많다"고 했다.
행안부의 대처도 논란이다. 행안부는 '재택근무자 요청사항'이라는 공지를 통해, 출근 기록을 업무용 메신저 바로톡이나 카카오톡 등을 활용할 것으로 유도하고 있다. 정부는 보안규정을 이유로 공식 업무에는 메일이나 바로톡 메신저 사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접속 장애가 발생하면서 민간 메신저 사용을 권장하는 셈이다.
세종시 한 부처 주무관 C씨는 "아침마다 정말 출근 도장찍기 전쟁을 하고 있다"며 "많은 돈 들여 만든 시스템을 놔두고 카카오톡으로 보고를 하라는 게 어이가 없다"며 "팀마다 사용하는 메신저가 다른데, 주로 텔레그램을 통해 출석 보고를 하고 있다. 이럴 거면 그냥 출근해서 일하는 게 편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