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운임 사상 최고치…넉달 만에 54% 상승
수출업체 "수익성 극도로 악화… 대안 필요"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응해 감선·감편 전략을 벌여 운임을 끌어올리고 있다. 선박 공급을 줄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선사들의 재무 실적은 개선됐지만, 고객인 수출업체 화주(貨主)들은 값비싼 운임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선사와 화주의 공생 방안이 절실하다는 호소도 나오고 있다.
2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오랜 기간 적자를 기록하던 글로벌 선사들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극적인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는 올해 2분기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3배 증가했다. 독일 하팍로이드도 같은 기간 매출은 11% 감소한 반면 순이익은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이 확대됐다.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는 2018년 4월 출범 이후 역대 최대 순이익인 1억6700만달러를 달성했다. 국적선사 HMM(옛 현대상선) 역시 영업이익 1387억원을 올려 21분기 만에 적자 늪에서 탈출했다.
◇글로벌 선사들, 선박 공급 줄여 운임 올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상황에서 글로벌 선사들의 실적 개선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유가가 폭락할 정도로 국가 간의 교역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해상 물동량은 1억7981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지난해보다 8.5%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위기감을 느낀 글로벌 선사들은 선박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임시 결항(블랭크 세일링)'을 통해 선박 투입을 줄인 만큼 소수의 선박에 화물을 몰아넣어 적재율도 높였다. 덴마크 해운분석기관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임시결항 규모는 400만TEU로 예년 평균보다 3배가량 늘었다.
자연스레 운임은 상승했다.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지난 4월 기준 818.16포인트에서 지난달 28일 1263.26포인트까지 넉달 만에 54.40% 올랐다. 최근 중국 상하이를 출발해 미국 서부로 가는 컨테이너 운임(40피트 기준)은 박스당 3400달러를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업체 "코로나19에 운임 인상 이중고"
문제는 선사에 화물을 맡기는 수출업체들, 즉 화주들의 운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외신에서는 대기업 선사들이 중소 화주들의 희생을 통해 사세를 번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과 미국에서는 화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당국이 해운 선사들의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국내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대내외 경기 침체로 수출 여건마저 안 좋은데 컨테이너선 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수출업체 입장에선 칼자루를 쥔 선사들이 달라는 대로 (운임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출기업 관계자는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 체제에선 선사와 화주 간의 공생이 필요한데 현 정부는 기간산업이란 이유로 선사들 중심의 지원책만 펼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출업체의 막대한 운임 부담에 대해 정부가 손을 놓고 있으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수연계 해상운송계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병욱 KMI 해운빅데이터연구 센터장은 "운임지표의 등락에 따라 계약운임을 연동시킨 뒤 상한선과 하한선을 두면 극단적 운임변동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임의 높은 변동성에 대처함으로써 선사와 화주의 소모적인 갈등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 센터장은 "지수연계 계약을 통해 시장가격 변동을 합리적으로 관리한다면 선사와 화주가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울러 매출 감소와 물류비 부담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화주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관계 개선의 실마리로 삼을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