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비율 2019년 37.1% → 2024년 58.3%
GDP 대비 재정적자 2019년 -1.9% → 2024년 -5.8%
"PIIGS 등 재정위기 겪은 국가에서 나타난 재정운용"

‘확장적 재정정책’을 모토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첫 편성 예산인 2018년 예산 증가율을 7.1%로 잡았다. 박근혜 정부가 편성한 2017년 예산 증가율 3.7%을 두 배 이상 높여 잡았다. 현 정부는 2019년 9.5%, 2020년 9.1%씩 정부 예산을 늘렸고, 내년에도 8.5% 증액할 계획이다. 4년동안 문재인 정부 연 평균 예산 증가율은 8.5%로 박근혜 정부(4.0%), 이명박 정부(5.9%)에 비해 1.5~2배 높다. 한 해 나라살림 규모는 2017년 400조원에서 내년 555조8000억원으로 160조원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나라살림이 늘어났지만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017년 3.0%를 정점으로 2018년 2.7%, 2019년 2.0%로 뚝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덮친 올해는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후 22년만의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저성장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정부 세금 수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예산 지출이 지출이 늘어나면서 재정적자와 나라 빚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740조원인 국가채무는 내년에는 945조원 2022년 1000조원을 돌파하고, 2024년에는 1300조원을 넘어선다. 5년 사이 나라 빚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기형적인 국가재정운용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정부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재정전략과 2020∼2024년 재정운용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5년새 채무비율 20%P 급등…1인당 채무 2000만원 돌파

재정지출과 수입의 불균형은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 재정지출을 555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늘어날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지난해 발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전년 대비 6.5% 증가(546조8000억원) 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를 훌쩍 상회하는 수치다. 정부 지출은 2022년(589조1000억원), 2023년(615조7000억원), 2024년(640조3000억원)에도 각각 6.0%, 4.5%, 4.0% 늘어난다.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제시된 5년간 연(年) 평균 5.7%가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수입 증가폭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경기 부진으로 세입이 감소하면서다. 내년 재정수입은 483조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은 0.3%(1조2000억원)에 그친다. 이후 2022년 이후 경기 회복으로 세입이 연 평균 4.5%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잠재성장률이 2%중반대로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현실적인 전망이다. 혹여나 정부 전망대로 2020~2024년 세입이 연 평균 3.5% 증가하더라도, 지출 증가율(5.7%)의 절반을 조금 초과하는 상황이라 세입과 세출의 불균형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나라살림살이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재정수지는 적자비율이 가파르게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지난 2019년 1.9%에 불과했던 GDP(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비율은 세 차례 추경으로 거친 후 2020년말 5.8%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2021년 5.4%, 2022년 5.9%, 2023년 5.9%, 2024년 5.6%로 재정적자 비율이 5% 중반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정부 전망이다. 지난해 연말 37조6000억원이었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올해 말 111조5000억원을 급증한 후 매년 120조원 수준을 유지될 전망이다.

당연히 국가채무도 급증한다. 지난해 740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839조4000억원, 2021년 945조원, 2022년 1070조원, 2023년 1196조원, 2024년 1327조원으로 증가한다. 2017년 출범시 국가채무 670조원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부가 집권 후 다음 정부에 나라 빚 1000조원 시대를 물려준 셈이다. 2022년 이후 국가채무액을 국민 1인당 채무액으로 계산하면 2022년 2061만원, 2023년 2302만원, 2024년 2552만원 등으로 추산된다.

그래픽=박길우

◇"이탈리아·그리스 등 재정위기국에서 나타난 재정운용"

정부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43.5%로 올라온 후 2021년 46.7%, 2022년 50.9%, 2023년 54.6%, 2024년 58.3%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국가채무비율 40%를 돌파한 후 불과 2년만에 50%선이 뚫리고, 또 2년 뒤에는 60% 선이 위협받는 모양새다.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면서 4차 추경 예산 편성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매년 추경 예산 편성을 했던 현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2024년 국가채무비율 60% 돌파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난 2019년 38.2%(결산 기준)이었던 국가채무비율이 5년만에 20%P 이상 급등한다는 게 정부 전망의 주요 골자다.

정부는 이같은 국가채무비율 상승 추세에도 불구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10%보다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주장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G20국가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 선진국들이 코로나 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지출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다른나라에 비해 재정여력이 있기 때문에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처럼 국가채무비율이 5년 사이 20%P 가량 급상승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비판한다. OECD 회원국 중 2000년대 이후 국가채무비율이 20%P 이상 급등한 사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재정위기를 겪은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정도다.

이탈리아는 2008년 106%였던 국가채무비율이 2010년 119%로 급등했고, 최근에는 150%까지 올라왔다. 그리스도 2008년 100% 수준이었던 채무비율이 2010년 126%, 2011년 146%, 지난해 196%까지 치솟았다. 선진국 중 유일하게 연 평균 5% 이상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아일랜드 정도만 2007년 23%였던 국가채무비율이 2008년 42%, 2010년 86%, 2013년 120%까지 상승한 후 2014년부터 하락해 지난해에는 58%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국가채무비율 현 추세면 국가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물론 주요국들이 코로나 대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OECD 회원국의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 그러나 대다수 선진국은 올해 상승한 채무비율을 2021년부터는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로 높아진 국가채무수준을 낮추지 않고 가파른 증가세를 유지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OECD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는 지난해 98%였던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117.9%까지 치솟지만, 내년에는 116%로 낮출 계획이다.영국도 지난해 85.4%에서 올해 97.9%까지 상승하지만, 내년에는 91%까지 낮출 계획이다. 독일은 지난해 59.7%에서 올해 74.7%로 상승한 후 내년에도 75.7%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주요 선진국이 내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려고 하는 것은 국가신용등급 등을 유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축통화국인 선진국도 국가채무비율 상승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채무비율 상승을 방치하는 것은 대외신인도 유지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신흥국에 속하는 한국 경제 특성상 국가신용등급 하락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본 유출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 중에서 국가채무비율이 30%대에서 40% 이상으로 올라온 나라들은 예외없이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 몇년처럼 저성장 기조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지금에 비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수 전 조세재정연구원장도 "우리나라가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이 AA-수준까지 올라온 것은 낮은 국가채무비율 등 우수한 재정 여건 덕분인데, 국가채무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재정운용계획은 국가신용등급 하락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