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지난 18일 출시한 다목적차(MPV) 카니발 4세대 모델이 자동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카니발은 26일까지 3만5000대(사전예약 물량 포함)가 팔리면서 역대 기아차 출시 차량 가운데 초기 판매량이 가장 많은 차가 됐다. 캠핑, 낚시 등 아웃도어 활동 수요에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가족들이 함께 타고 다닐 수 있는 차에 대한 선호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GM, 볼보, 폴크스바겐, 벤츠 등 다른 회사들도 ‘공간이 넓은 패밀리카’에 대한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기아자동차가 지난 18일 출시한 4세대 카니발. 프로골프선수 유소연씨가 차량 옆에 서 있다.

기아자동차에 따르면 지난 18일 출시한 4세대 카니발은 지난 26일 3만5000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3만2000대에 달하는 사전예약 물량을 포함한 수치다. 기아차 관계자는 "첫 1주일 판매 기록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초기 판매 속도는 기아자동차가 지금까지 내놓은 차량 가운데 가장 빠르다. 계열사인 현대자동차를 포함해도 1, 2위를 다툰다. 지금까지 현대차 차량 가운데 가장 초기 판매가 많았던 모델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준대형 세단 그랜저인데, 11월 4~18일 동안 진행한 사전 예약해서 3만2100대가 판매됐다. 이후 판매속도도 엇비슷한 수준이다.

기아자동차가 지난 18일 출시한 4세대 카니발.

카니발은 2018년 7만6400대, 2019년 6만3700대가 각각 판매됐다. 지난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첫 1주일에 팔아치운 셈이다

자동차 업계는 카니발의 흥행 돌풍에 대해 SUV(스포츠유틸리티차)에 이어 미니밴 등 다른 RV(레저용 차량) 차종도 저변을 넓혀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캠핑, 레저 등 아웃도어 활동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가족 단위 이동이 잦아지면서 좀 더 넓은 차를 찾는 수요가 있다"며 "SUV에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좀 더 큰 차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로 승용차 이용 비중이 늘어나면서 MPV 등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성공한 차종들 가운데 상당수는 준대형 이상 SUV나 왜건이다.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GM의 준대형 SUV 쉐보레 트래버스는 지난 7월 430대가 판매되면서 수입 대형 SUV 가운데 1위에 올랐다. 가솔린 차량 가운데에서도 5위였다. 쉐보레 차량 가운데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트래버스, 콜로라도 등은 수입차와 함께 판매가 집계된다. 트래버스의 올해 판매량은 2700대에 달한다. 한국GM 관계자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판매 성적이 좋다"고 말했다.

트래버스의 가장 큰 강점은 차체 크기다. 전장이 5200mm이고 휠베이스(축거·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도 3073mm에 달한다. 카니발보다 전장(5155mm)은 45mm 길고, 전폭(3090mm)은 26mm 짧다. 사실상 카니발과 동급의 차체인 셈이다. 한국GM은 "전장을 다른 SUV와 비교하면, 국산 대형 SUV 대비 350mm까지, 포드 익스플로러 대비 150mm 각각 길다"고 "압도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트래버스가 이같이 커지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쉐보레가 2008년 미니밴 업랜더를 단종시키면서 SUV 크기를 키웠기 때문이다. 미니밴을 겸하는 SUV인 셈이다.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볼보의 왜건 ‘V60 크로스컨트리(CC)’는 지난해 출시 되었는 데 대기 기간이 1년에 가까울 정도여서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형 세단 S60을 기본으로 제작된 왜건인데, 비슷한 체급의 SUV XC60보다 트렁크 공간이 더 크다. 기본 529L에 2열을 접으면 최대 1441L까지 늘어난다. 볼보 관계자는 "SUV가 늘어나니 새로운 차종을 찾는 이들과, 사진작가 등 차량에 짐을 많이 실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한국은 왜건이 힘을 쓰지 못하는 시장이었다. 확장된 트렁크 공간 때문에 디자인이 투박한데다 짐차라는 인식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RV 수요가 늘어나면서 왜건에 대한 수요가 느는 셈이다. 볼보는 조만간 V60의 상위 모델인 V90 CC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다.

다른 수입차 회사들은 차체를 늘린 장축 모델을 도입하거나, 또는 왜건 판매를 시작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준중형 SUV 티구안의 차체를 213mm 늘리고, 3열 좌석을 추가한 ‘티구안 올스페이스’ 모델을 출시해 짭잘한 재미를 봤다. 렉서스는 준대형 SUV RX의 장축 모델인 ‘RX 450hl’을 출시했다. BMW는 ‘3시리즈 투어링’, 푸조는 ‘뉴 푸조 508 SW’ 등 왜건을 각각 최근 내놨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트렁크 공간이 한 단계 위인 GLC보다 약간 더 넓은 준중형 SUV ‘더 뉴 GLB’ 판매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