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보험을 해지하면 환급금을 받지 못하는 대신 보험료가 싼 무해지환급금 보험(무해지보험)의 판매가 오는 10월부터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해지보험은 일반 보험보다 보험료가 20~30% 저렴해 ‘가성비 보험’으로 불리기도 했다.

30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무·저해지보험의 환급률을 일반보험과 같은 수준으로 바꾸도록 하는 보험업감독규정이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10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조선DB

무해지보험은 보험 계약 해지 시 해지환급금이 없는 대신 보험료를 적게 내는 구조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험은 중간에 계약을 해지하면 환급금을 돌려주는데, 무해지보험은 환급금이 없다. 금융위원회는 무해지환급금 보험 상품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고, 2015년 말 판매가 시작돼 지난해엔 200만건이 넘는 상품이 팔렸다.

이 상품은 보험료가 일반 상품보다 20~30% 저렴해, 특히 20~30대 젊은 세대 사이에 가성비 좋은 보험으로 인기를 끌었다. 저해지보험은 해지환급금이 일반 보험보다 50%까지 낮은 상품을 의미한다.

보험료도 싸고 잘 팔리던 상품에 손을 대는 이유는 불완전 판매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 상품이 사망이나 암, 질병, 상해 등을 보장하는 보장형 상품인데, 실제 영업 일선에서는 마치 예적금과 같은 저축성 상품처럼 팔리고 있다고 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들이 높은 환급률을 ‘미끼’로 이 상품을 돈을 불리는 수단처럼 광고해 팔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해약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무·저해지 종신보험의 경우 저축성보험인 것처럼 안내하는 불완전 판매 등으로 민원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10월 금융당국의 감독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면 무·저해지보험의 환급률은 표준형 보험과 같거나 낮게 설계해야 한다. 보험사들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무해지보험이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무해지보험은 일반 보험과 환급금이 같은데 보험료가 싸 환급률(환급금을 보험료로 나눈 값)이 더 높았다. 그런데 두 보험의 환급률을 같게 하면 가입자가 나중에 돌려받는 환급금이 줄게 된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무해지보험을 선택할 유인이 줄어드는 것이다.

현재 이 상품들을 취급하는 보험사는 생명보험 20개사, 손해보험 11개사다. NH농협생명은 최근 무해지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이 회사는 개정안 때문이 아니라 예상했던 해약률이 낮아 회사가 손해를 볼 것이라 판단하고 상품 판매를 접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품 판매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기존 일반 보험보다 높았던 환급률을 낮추는 것일 뿐"이라며 "같은 보장이라고 하면 보험료는 여전히 기존 상품보다 저렴하다"고 했다.

종신보험 표준형 상품 및 무해지환급금 상품 환급률 비교 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