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항공사인 에어차이나의 여객기 결함으로 출발이 13시간 지체된 한국 승객들이 소송을 통해 보상금으로 최대 30만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유지현 판사는 승객 김모씨 등 46명이 에어차이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객당 보상금 23만~30만원씩을 이들에게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김씨 등은 작년 8월 20일 오전 9시 25분 김포국제공항을 출발해 같은 날 오전 11시 중국 베이징에 도착하는 에어차이나 항공권을 구매했다. 하지만 출발 1시간여를 앞두고 에어차이나는 여객기 우측 엔진 케이블 묶음이 고장 난 것을 발견했고, 탑승 수속을 중단했다. 승객들은 당초 예정된 출발 시각보다 13시간가량 늦은 오후 10시 49분에 대체 항공편에 탑승했다.
이에 김씨를 비롯한 한국인 승객 46명은 "출발 지연에 따른 보상금 50만~120만원을 배상하라"며 지난 10월 소송을 냈다. 쟁점은 항공사가 운송 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인 조처를 했는지 여부였다.
몬트리올 협약 제19조(지연)에 따르면 항공사 등 운송인은 승객·수화물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운송인이 손해를 피하고자 합리적으로 모든 조치를 다 했다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김씨 등 승객들은 "공항에서 오래 대기하는 등 정신적 손해를 입은 게 명백하고, 기체 결함으로 최종도착지에 최대 33시간 늦었다"고 했다. 반면 에어차이나 측은 "이 같은 기체 결함은 통상적인 점검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사전에 예견할 수 없었다"며 "승객들에게 안내방송을 하고 식권을 배부했고, 호텔을 제공하는 등 합리적인 조치를 다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에어차이나 측에서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기체결함이 통상적인 점검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합리적인 조치를 다 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승객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몬트리올 협약에 따른 면책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출발지인 한국과 도착지인 중국은 모두 몬트리올 협약 당사국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또 "승객들의 정신적 고통은 항공편 지연 안내와 식음료 및 호텔 제공으로 회복된다고 볼 수 없다"며 "(승객들이) 상당 시간 대기하거나 계획한 일정을 수행하지 못하게 돼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은 경험칙상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보상금은 운항 거리와 소요 시간, 항공권 가격을 고려해 1인당 30만원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보상금을 수령한 승객은 그 금액을 일부 공제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