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태국정부 요구에 '왕실 모독 계정' 접속 차단
"태국 정부가 접속 제한 강요, 인권법 위반하는 행위"

태국 정부가 페이스북에 자국 왕실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내리고 관련 계정에 대한 접속 차단을 요구한 가운데, 페이스북이 태국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미 CNN이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페이스북이 '왕실 비판' 내용을 게시한 계정에 대해 태국 내 접속을 차단하는 한편, 이를 요구한 태국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이날 CNN에 보낸 입장문에서 "태국 정부가 불법이라고 여기는 내용에 대해 페이스북에 접속 제한을 강요했다"며 "우리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번 요구에 대해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페이스북이 태국 정부로부터 태국 내 일부 정치적 발언들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라는 압박을 받아왔으며, 이 과정에서 태국 내 페이스북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 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위협도 받았다"며 "이는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는 심각한 행위이고 자유로이 의견을 표현하려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했다.

전날 페이스북은 태국 왕실 비판글을 게시한 '로열리스트 마켓플레이스' 계정에 대해 태국 내 접속을 차단했다. 이는 태국 정부가 군주제 명예를 훼손한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데 따른 조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계정은 현재 일본에 도피 중인 빠윈 차차완뽕뿐 소유로, 약 1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해 태국 왕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빠윈은 로이터와의 통화에서 "페이스북의 접속 차단 조치는 이 소셜미디어가 권위주의 정권과 협력해 민주주의를 막고 태국 내 권위주의를 구축하는 데 일조한 것"이라며 "군대가 지배하는 정부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말했다.

태국에서는 왕실모독죄 위반 시 최대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또한 태국 디지털법에 저촉되는 온라인 콘텐츠는 5600달러(약 664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해당 게시물이 삭제되기 전까지 매일 160달러(약 19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한편 군사 쿠데타 세력이 집권하고 있는 태국에서는 최근 대규모 반정부·민주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7년째 집권 중인 쁘라윳 짠오차 정권이 헌법재판소를 장악해 야당을 강제 해산하고 반정부 인사를 탄압하면서 대중적 분노가 커진 것이다. 특히 사법 당국이 재벌 3세의 뺑소니 사건에 대해 물타기 수사를 벌이다 8년만인 지난달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거리 시위에 불이 붙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군부 제정 헌법 개정과 의회 해산, 총리 퇴진, 반정부 인사 탄압 금지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입헌 군주제인 태국에서는 왕실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최고 15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지만, 왕실 비판에 대한 '금기'가 조금씩 깨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