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예산 10조원을 관리하는 서울시교육청 금고 쟁탈전이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 2파전으로 치러진다. 서울시교육청은 NH농협은행이 무려 60년 가까이 독점했지만, 이번에 KB국민은행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마감된 서울시교육청 금고지정 일반경쟁 신청에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이 각각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금고로 선정된 금융기관은 내년부터 2024년이 끝날 때까지 4년간 서울시교육청의 단일 금고를 맡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심사를 거쳐 9월 중 금고 담당 은행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

서울시교육청은 연간 예산이 올해 기준 10조847억원으로 경기도교육청(16조4650억원)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서울시교육청 금고를 맡는 은행은 교육비특별회계의 각종 세입금 등의 수납 및 보관을 담당하게 된다. 연간 10조원 규모를 굴릴 기회를 잡게 되는 대신 서울시교육청에 매년 출연금을 지급한다.

지난 1964년 교육청금고가 신설될 때부터 서울시교육청 금고 자리를 지켜온 NH농협은행은 이번에도 자리를 수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현재 부산시교육청을 제외한 16개 교육청 금고를 맡고 있는 만큼, 교육청 금고 관리 능력과 교육재정 운용을 위한 IT 서비스 지원 능력, 각급 학교 및 교육구성원들의 이용 편의성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KB국민은행 역시 NH농협은행의 아성을 깨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주택금융과 소매금융에 강한 은행으로 평가받는 KB국민은행은 허인 행장 취임 이후 기관영업에 공을 들여왔다. 허 행장은 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영업역량이 뛰어난데, 특히 기관영업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KB국민은행은 부산시금고 2금고를 지키는 작업과 천안시 2금고 도전 등 전국 각지에서 지자체 금고 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은 서울시교육청 금고에 도전하려다 막판에 뜻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고에 선정될 경우 전산 인프라 구축, 영업점 개설 등 초기 진출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최근 저금리로 인해 금고를 유치해도 이자수익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 기관을 위한 전용 우대금리 상품 등도 마련해야 해 전체적으로 부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