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나스닥 '촹예반', 18개 기업 상장 첫날 158% 급등
中정부, 상장 5일간 가격제한폭 없애는 파격 규제완화
미중 갈등에 中기업 갈 곳 없어지자 IPO 적극 유치 노력

자동차용 케이블을 생산하는 중국 닝보 KBE 전자기술(Ningbo KBE Electrical Technology)이 24일(현지 시각) 중국 중소벤처기업 전문시장 촹예반(創業板·ChiNext)에 상장한 첫날 581% 상승했다.

이 회사만의 일이 아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콘텍 메디컬 시스템(Contec Medical Systems)도 500% 가까이 올랐고, 광산업 관련 제품을 만드는 청두 다홍리 기계(Chengdu Dahongli Machinery)는 200% 상승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촹예반에 대한 각종 투자규제를 대폭 완화한 첫날, 신규 상장기업 18개의 주가가 정오 기준으로 평균 158% 상승했다. 촹예반 지수는 오후 2시 42분 현재 2.39% 상승했다.

중국 선전 증권거래소.

이날부터 촹예반에 신규 상장하는 기업은 상장일로부터 5일간 가격제한폭(상·하한가 한도)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에 상장돼 있는 기업은 가격제한폭이 10%에서 20%로 확대된다.

지난 2009년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개설된 촹예반은 지난해 출범한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커촹반(科創板·STAR MARKET)과 함께 중국 양대 기술주 전문 거래시장이다. 800여개의 중소벤처기업이 상장돼 있으며 시가총액은 1조3000억달러(1546조원)로, 선전 증시의 3분의 1 규모다.

올 들어서만 촹예반 지수는 50% 가까이 올랐다. 중국 기술주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증시에서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중국 정부가 커촹반, 촹예반에 적용되는 규제를 계속해서 완화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중국의 기술주가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촹예반에 상장된 기업들은 주가가 이익 대비 평균 6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미국 내에서 거품론이 제기되는 나스닥의 38배를 훨씬 웃도는 정도다.

선전 차이나유럽 캐피탈의 아브라만 장 대표는 "중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은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매매차익만 얻으려는 게 아니라 (증시의) 생산성 증대에 기여한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다만 너무 많은 핫머니(hot money·단기성 투기자금)가 얼마 안되는 양질의 기업에 몰린다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