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유동성으로 글로벌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거품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코스피지수도 단기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돈의 힘'을 무시할 수 없어 조정을 받더라도 올 초처럼 급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않다.
지난 21일(현지 시각)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41% 오른 2049.9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주당 가격이 2000달러(약 237만원)를 넘어 '이천슬라'로 불린지 하루만에 추가 상승한 것이다.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은 1000배가 넘었다. 이는 테슬라가 1년간 버는 이익의 1000배에 주가가 형성돼 있다는 말이다. 보통 PER이 높으면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고 본다. 애플도 지난 21일 5.15% 올라 497.48달러를 기록했다. 기업가치인 시가총액은 무려 2조1270달러(약 2530조원)다. 우리나라 전체 상장사의 시가총액을 더한 것보다 높다.
주가가 무섭게 오르면서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증시에 약간의 광기가 있음이 분명하다"고 했다. 각국 상장 주식 총 시가총액을 분기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이른바 '버핏 지수(Buffett indicator)'는 최근 30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하기도 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 증시에 대한 우려도 가열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의 영향으로 지난 3월 폭락했던 코스피는 최근 2300선을 넘어 순항 중이다. 21일 종가는 2304.94, 시가총액은 1566조7800억원이 됐다. 지난 3월 19일 장중 1439.43까지 주저앉았던 것과 견주면 5개월만에 865.51포인트(60.1%) 급등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국내 증시가 '거품'일 것으로 우려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끄는 주요 종목이 현재 재무상태와 영업이익보다는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 기댄 제약·바이오 업종이 많기 때문이다. 시총 3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920억원이지만 현재 시총은 52조8658억원(21일 종가 기준)에 달한다. 지난해 PER은 141.2배로 미국의 아마존이나 넷플릭스보다도 높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PER이 240.5배까지 높아질 것으로 본다.
시총 6위 셀트리온(068270)(시총 40조6331억원·PER 119.73), 코스닥 시총 1위 셀트리온헬스케어(시총 15조1608억원·PER 87.10), 시총 2위 씨젠(096530)(시총 5조9892억원·PER 108.25) 등도 이익은 크게 나지 않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약이나 바이오업종, 네이버나 카카오 등 언택트 기업들이 정말 앞으로도 엄청난 이익을 낼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무턱대고 몰리는 돈으로 인한 거품인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했다.
유안타증권의 조병현, 정원일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증시에 대해 "비단 코로나 재확산 이슈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매크로(macro) 모멘텀 측면에서는 부담감이 형성될 수 있는 시점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이 아니더라도 국내 거시경제와 기업의 성장성이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주가가 과하게 높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 2300선을 오가는 지수가 2000선 아래로 무너지는 폭락장이 다시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않다. 일부 전문가는 주가가 연내 2100선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거품은 터지고 나서야 거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 돈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시장상황은 국내 기업들이 앞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가고 정부의 (재정·통화 등)여러 부양책을 통해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에 빠르게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며 "(상승 기조를 보이는)지금의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시황이 거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는 백신이 개발될 것으로 보는게 합리적인데 이렇게 정상으로 경제가 복귀한다고 하면 주가가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 센터장은 "물론 최근 주가가 단기적으로 가파르게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다소 주가 하락이 있을 수 있지만 코스피 2100선이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