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은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다. 이제 경제 성장은 커녕 제자리를 찾길 기대해야 하는 실정이다.
브릭스는 2001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보고서에 처음 쓰면서 사용한 용어로,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의 영문 머리 글자를 딴 것이다. 여기에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이 합류하면서 신흥경제 5개국을 일컫는 상징적인 단어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들 브릭스 국가 가운데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 20년 가운데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영국 리스크 컨설팅사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7%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에 큰 타격을 입은 서유럽 국가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 선진국들이 서서히 회복 기반을 갖춰가는 반면, 이들 브릭스 3개국은 확산세를 잡는데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존스홉킨스대학교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해당 브릭스 3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680만여명에 달한다. 전 세계 확진자(약 2232만명) 세 명 중 한 명이 이들 3개국에 몰려 있는 셈이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브라질이다. 약 345만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국(약 552만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이날에만 5만명 가까이가 추가로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될 정도로 악화일로다. 브라질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달 이후 각 지방 정부가 봉쇄 조치를 완화하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행정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벼운 독감'이라고 치부한 채 경제 활성화에 집중한 탓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동안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라는 권고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 보건당국과 지방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노력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렇다고 경제 활성화 정책이 성공한 것도 아니다. 브라질 현지 언론 폴랴지상파울리는 "브라질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지출액 3980억헤알(약 89조원) 가운데 86%가 경기 회복에 쓰였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고 지적했다.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 역시 보고서에서 "보우소나루 행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하지 않고,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일축한 채 근거없는 치료법만 장려했다"며 "방역 실패에 대한 반발까지 심해지면서 앞으로 경제적 피해마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의 사회 치안 수준은 브릭스 국가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약 6만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인도에서도 우울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누적 확진자는 약 276만명으로 미국과 브라질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다. 지난 24일 이후 하루 신규 확진자가 나날이 최다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어 이대로라면 최악의 코로나19 진앙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쏟아진다.
특히 수도 뉴델리와 남부, 서부를 가리지 않고 인도 전역에 걸쳐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의료 선진국으로 알려졌던 인도 당국 방역 대책을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 보건당국의 허술한 추적시스템, 만연한 관료주의, 부실 의료 서비스 때문에 골든 타임을 허비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인도의 고질적인 공중보건 문제와 사회 전반에 퍼진 부패가 이번에도 회복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브라질과 인도와 비해 상대적으로 거버넌스 구조가 선진화됐다는 평가를 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역시 코로나 앞에서는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 3월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적인 봉쇄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봉쇄조치를 대거 완화하면서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했다.
데이비드 윌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 금융부문 리스크 분석가는 "남아공, 인도, 브라질은 모두 높은 부패 위험 지수를 기록했다"며 "부패하고 비효율적이며 불안정한 정부는 필요한 곳에 자금을 투입하는 능력이 제한돼 위기에서 벗어난 뒤에도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