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회동이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진심을 갖고 대통령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화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서는 허심탄회하게 협의에 바로 착수했으면 한다"고 했다.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개원식 연설을 마친 뒤 차담회에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날 오전 언론 인터뷰에서 "구체적 의제를 가지고 단독 영수회담을 통해 결과물을 낼 수 있다면 회담 제안에 응할 수 있다"고 한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이날 영수회담에 대한 입장은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까웠다. 김 위원장은 "밥만 먹으러 청와대에 안간다"며 '만나는 조건'으로 △구체적 의제 △ 1대 1 단독 회담 △결과물을 내걸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대화 소재가 정해져야 만날 것 아닌가"라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응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통합당은 전날(17일)만 해도 회담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만큼 이 정도 변화도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 수석이 전날 브리핑에서 "13일 김종인 위원장을 예방해 대통령 초청 의사를 밝혔으나 통합당이 16일 불가함을 알려 왔다"고 공개한 후 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공식 제안한 적이 없다"고 즉각 반발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응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문 대통령과의 대화 의사는 확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 정부 들어 두 번째 문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단독회담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4월 13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와 단독회담을 했다. 작년 황교안 대표도 단독회담을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와대는 여야 대표 회동을 선호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단독회담 요구를 받아들일 것인가'란 기자들의 질문에 "보통 대표 회담을 해 왔던 전례도 있고 다른 정당의 입장도 있다"며 "이를 포함해 격의 없이 형식과 내용을 이야기 나누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이 말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 단독회담의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통합당 내에서도 김 위원장이 딱 잘라서 거절하기 보다는 회동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전달했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회동 시기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최 수석은 "21일로 (회동을) 제안했으나 통합당 측에서 거절했다"고 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당초 제안했던) 21일은 김 위원장 측에서 불가하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재론하기 어렵다"고 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일정과 의제 등을) 조율한 것은 전혀 없다"며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전당대회를 열고 새 당대표를 선출한다. 민주당 송갑석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단독 회동에 대해 "지금은 영수회담식의 정치적 타결의 시점이나 의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여러가지 현안이 많고 국가적으로 어려운 문제도 있기 때문에 여야 간 접촉을 거쳐 의견을 정리하고 만나는 시점도 조율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29일 새롭게 당 대표가 선출되는 계기로 청와대와 만나는 자리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