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자동차 업체들이 차량 내 위생관리를 위한 각종 신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차량 내부의 바이러스 생존율을 낮추기 위해 신소재를 도입하거나 자외선(UV) 살균 램프를 개발하는 등 바이러스 퇴치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개인 위생이 강조될 것이기 때문에 프리미엄 차량에서 이같은 요소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차량 내부 자외선(UV) 살균 예상 이미지.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그룹은 UV 램프를 활용한 살균 장치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외선이 골고루 닿지 않으면 살균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차내 천장에 달린 실내등이나 무드등에 UV 램프를 설치해 시트, 바닥 매트, 대시보드, 스티어링휠 등 신체 접촉이 많은 부분을 한 번에 살균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광촉매 원리를 이용해 공기 내 부유 세균을 살균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광촉매란 빛에 의해 발생하는 화학적 변화를 촉진시키는 화합물로 촉매가 활성화되면 각종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기능을 가진 물질이 생성돼 바이러스를 빠르게 퇴치하는 원리다. 광촉매 모듈에 UV 등을 쬐어 생성한 살균 물질로 공기 중의 세균을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시키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재규어랜드로버 비접촉식 터치스크린.

수입차 업체들도 살균 기능과 공기 정화 기능을 갖춘 신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테슬라는 꽃가루, 바이러스, 박테리아, 초미세먼지 등 오염 물질의 99.97%까지 걸러낼 수 있는 헤파필터를 최근 모델S와 모델X에 장착했다.

테슬라는 헤파필터를 활용한 공기청정 시스템을 ‘생물무기 방어 모드(Bioweapon Defense Mode)’라고 한다. 비행기 헤파필터가 내부 기압을 외부 기압보다 높게 유지해 오염물질을 차단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차량 내부 기압을 대기압보다 높게 해 미세물질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한다.

포드는 최근 경찰차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차체 온도를 올리는 살균 기능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에 사람이 없을 때 히터 기능을 작동시켜 15분동안 차내 온도를 50도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다. 살균이 끝나면 내부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 온도를 정상화한다. 이 기능이 작동될 때에는 접근을 경고하는 의미로 헤드라이트가 켜지게 된다. 포드는 살균 기능을 통해 99% 이상의 세균을 박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드 SUV 경찰차 사진.

재규어랜드로버는 미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과 협력해 '비접촉식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예측 터치(Predictive touch)'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영상 기반 동작 추적장치, 안구 추적장치, 무선 주파수 기반 센서 등 인공지능 기술과 첨단 센서를 결합한 것이다.

운전자들은 버튼을 직접 선택하지 않고 터치스크린에 있는 위젯 근처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면 된다. 차량이 움푹 패인 도로나, 과속방지턱 등에 의해 흔들리더라도 자동차의 인공지능 시스템이 사용자의 의도를 알아낼 수 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이 기술을 통해 운전자가 터치스크린을 조작하는 시간을 50% 이상 줄이고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확산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 2월 바이러스 차단 기능을 갖춘 ‘올 어라운드 헬시 카(all around healthy car)’ 개발을 위해 약 3억7000만 위안(약 627억8000만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과학연구기관, 국립자동차연구센터(National Automotive Research CARADEC), 전문 의료보건기관, 업계 선도 전문가 등과 협력해 바이러스를 차단하고 생화학 방어 기능을 갖춘 차를 개발하겠다고 지리자동차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