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올해 내놓은 신차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있지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073240), 넥센타이어(002350)등 국내 타이어 3사는 우울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최대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와 기아차가 국내 타이어 3사 대신 굿이어, 미쉐린, 콘티넨탈 등 외국 회사 제품을 신차용 타이어(OE·Original Equipment)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국내 신차 판매 증가 수혜를 받지 못해 실적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

18일 출시한 기아자동차의 다목적차(MPV) 카니발. 콘티넨탈제 타이어를 탑재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외국산 제품을 신차용 타이어로 쓰는 첫 번째 이유는 제품 고급화다. 현대차 산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G80, GV80을 비롯해 현대차의 팰리세이드나 기아차의 카니발, 쏘렌토 등도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외국산 타이어 채택을 늘린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신뢰 상실이다. 지난 2014년 제네시스에 공급한 한국타이어제 타이어가 품질 문제로 전량 교체된 뒤, 한국타이어가 사실상 현대·기아차의 OE 납품처에서 제외된 것이다. 금호타이어나 넥센타이어가 한국타이어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기아자동차는 18일 출시한 다목적차(MPV) 카니발 4세대 모델의 신차용 타이어로 미국 굿이어와 독일 콘티넨탈의 제품을 사용키로 했다. 18인치 규격(235/60 R18)은 굿이어, 19인치 규격(235/55 R19)은 굿이어와 콘티넨탈이 동시에 공급한다. 기존 모델인 3세대 카니발에는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 제품이 쓰였다.

기아자동차의 중형 SUV 쏘렌토.

현대차와 기아차는 2~3년 전부터 신차용 타이어에 외국산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기아차가 지난 3월 출시한 중형 SUV 쏘렌토가 콘티넨탈제 타이어를 기본으로 장착하는 게 대표적이다. 2019년 3월 출시한 8세대 쏘나타의 경우 굿이어, 이탈리아 피렐리, 프랑스 미쉐린이 쓰인다. 2018년 말 출시한 팰리세이드는 미쉐린과 일본 브리지스톤 타이어를 쓴다. 제네시스의 경우 모든 차종이 브릿지스톤, 피렐리, 미쉐린 등 수입 타이어를 사용한다. 그랜저가 미쉐린과 함께 넥센 타이어를 쓰는 정도다.

그나마 최근 출시한 제품 가운데 국산 타이어를 사용하는 것은 준중형 세단 아반떼에 불과하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를 중심으로 대량 판매 모델에도 외국 회사 타이어가 보편화된 상황인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수입 타이어 사용을 늘리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 만족도 및 브랜드 가치 제고 때문이다. 수입 타이어는 국산보다 20~30% 가량 높다.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수입 타이어를 쓰기 시작한 지난 2016년 현대차 관계자는 "제품 성능 문제도 있지만 고급차 이미지를 더하기 위해 수입 타이어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일부 고급차 뿐만 아니라 다른 차종들도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차량 맨 겉부분에 드러나는 타이어 브랜드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얘기다.

2015년 타이어 편마모 문제로 리콜을 하게 된 신형 제네시스.

두 번째는 국산 타이어 품질에 대한 불신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전신(前身)인 에쿠스 1, 2세대 모델에 한국타이어의 타이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2015년 출시한 제네시스 EQ900(현 G90)에서 미쉐린과 컨티넨탈제 타이어로 바꾸었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가 당시 수입 타이어로 노선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로 2015년 한국타이어가 제네시스용으로 공급한 타이어의 품질 논란을 꼽는다. 현대차는 당시 한국타이어 제품을 장착한 신형 제네시스(BH)를 출시했다가 타이어 편마모에 따른 진동·소음 문제가 발생하자 4만3000대 규모의 리콜을 시행했다. 이때부터 양사의 사업상 관계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출시한 제네시스 G80과 신형 그랜저 등 주요 신차에 한국타이어 대신 미쉐린 등 수입 타이어를 기본 장착했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서비스 센터인 티스테이션에서 직원들이 차량 타이어를 교체하고 있다.

여기에 2014년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이 한라비스테온 인수에 참여하며서 두 회사 사이의 불신도 깊어졌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설명이다. 당시 현대차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한라비스테온 인수를 반대했다. 타이어에 부품업까지 영위하는 ‘슈퍼 을’의 탄생은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현범 사장이 사실상 자동차 부품업에 진출하면서, 현대차와 한국타이어의 긴밀했던 협력관계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었다는 게 자동차 업계와 타이어 업계의 시각이다.

신차용 타이어 시장에서 소외되면서 타이어 회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7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60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영업이익은 2016년 1조1000억원에서 2017년 7900억원, 2018년 7000억원, 2019년 5400억원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올 상반기 31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상반기 1090억원에서 올 상반기 49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