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최악 적자' 정유업계 "3분기 반등 어려워" 한숨
항공유 소비 부진에 中 홍수 피해까지…공급과잉 우려

올해 상반기 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정유업계의 어려움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항공업 회복이 여전히 더딘 데다 중국 홍수에 따른 내수 둔화로 남아돌게 된 석유제품이 국제시장에 풀리면서 공급과잉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정유사 수익의 핵심지표인 정제마진이 4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지금 추세라면 3분기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내 정유·석유화학 공장이 몰려있는 여수산단

지난 2분기 SK이노베이션(096770),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는 총 72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만 13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4조원이 넘는 사상 초유의 적자를 낸 1분기 대비 적자폭은 줄었지만, 정유사들은 석유제품 수요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정유사의 2분기 실적은 국제유가 상승 효과로 개선된 영향이 크다. 정유사는 원유를 사들인 뒤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데, 이 과정에서 1~2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그 사이 유가가 하락하면 비싸게 산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본다. 반대로 유가가 상승하면 재고 관련 이익이 발생한다. 1분기 폭락했던 국제유가가 4월 들어 반등하면서 정유사들도 2분기에 재고평가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그래픽=이민경

그러나 이는 숫자상 수치일 뿐 현장의 분위기는 악화일로다. 석유제품 소비가 늘지 않아 정유업계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에도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는 것이다. 8월 첫째주 정제마진은 -0.3달러로, 4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것으로, 손익분기점은 약 4달러다. 그 아래로 떨어지면 정유사는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를 본다.

항공업도 문제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항공유 수요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행 성수기인 7~8월에도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운항률은 20%대에 그쳤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국내선 운항을 늘리고 있지만, 장마가 길어지면서 국내 여행 수요도 기대만큼 활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의 샨먼샤 댐이 지난 15일 홍수 조절을 위해 방류에 나서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홍수 피해까지 겹쳤다. 중국은 올여름 강타한 홍수로 6000만명이 피해를 입고 내수가 위축되면서 석유제품 재고가 늘었다. 내수시장에서 팔지 못한 중국 석유제품이 대부분 수출 물량으로 풀릴 것이란 전망에 정제마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유 재고를 실은 유조선 80척 이상이 한 달 넘도록 중국 주요 항구 도시 인근 바다에 떠다니고 있다"고 지난 12일 보도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석유 소비가 내년까지 부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13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와 내년 원유 소비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IEA는 항공유 수요 부진을 하향조정의 원인으로 들며 "전염병 확산으로 여행이 급감하면서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지난해 대비 하루 평균 810만배럴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이 여전히 최악인 가운데 그나마 실적 개선을 견인한 유가마저 상승세를 멈추면서 3분기 실적은 2분기보다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