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 경제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눈높이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8%로 끌어올린 OECD 경제전망을 근거로 하반기 경기 반등 기대감을 나타내는 목소리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는 미국 등 주요국 경기회복 지연과 같은 불확실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1%로 제시했던 IMF 전망에 무게중심을 두는 시각도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는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회복 강도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가 재확산하고 있는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회복 여부, 최장기 장마 등으로 인한 내수 경기 위축 가능성, 상반기 재정조기집행 등으로 인한 하반기 재정지출 여력 감소 등 불확실성 요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8월 중순 이후 국내에서 코로나 확진자 급증이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도 경기 위축을 장기화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모양새다.

OECD가 이달 11일 프랑스시간 오전 8시(한국시간: 15:00)에 ‘OECD한국경제보고서’를 발간했다. Dr. 빈센트 코엔 OECD 사무국 경제검토과장이 기재부 브리핑실-OECD간 화상으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하반기 경기반등에 힘실어 준 OECD 전망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에 따르면, 상반기 GDP 성장률은 전년대비 -0.8%인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GDP 성장률(전기비)은 1, 2분기 각각 -1.3%와 -3.3% 역성장했다. 두 분기 연속 역성장으로 인해 실질적인 경제활동 규모가 줄어드는 리세션(경기후퇴·recession)이 현실화된 것이다. 지난 1~2분기를 합친 GDP(시장가격 기준) 규모는 910조10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917조3000억원에 비해 7조2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OECD의 성장률 상향 조정에 상반기 GDP 성장률 -0.8%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화상 브리핑에 참석한 빈센트 코엔 OECD 경제검토과장은 "2분기 GDP 성장률 발표 결과 등을 검토한 결과 6월 전망치(-1.2%) 발표 당시에 비해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성장둔화 정도가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민간경제연구원 관계자는 "OECD가 올해 성장률을 상반기 GDP 성장률 수준인 -0.8%로 전망한 것은 하반기에 추가적인 경기 급락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 "2차 코로나 팬데믹이 없다면 연간으로 -1% 안팎 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OECD 전망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OECD 전망이 하반기 경기반등 가능성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3, 4분기에 전기비 3~4% 성장과 같은 브이(V)자 경기 반등은 아니더라도 전기비 1% 이상 성장은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달 23일 2분기 GDP 속보치 발표 당시 "3, 4분기 성장률이 1.8~1.9%를 유지하면 연간 성장률을 -1%에서 방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달 10일 오전 남대문시장의 한 상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 남대문 시장 인근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받고 있다.

◇V자 경기반등?… 코로나 재확산·내수위축·수출부진 3중고

그러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1%로 전망한 IMF의 시나리오대로 전개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들도 만만치 않다. 3~4분기 성장률이 전기비 1% 수준에 이르지 못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 확산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 휴가시즌과 맞물려 전세계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이 향후 글로벌 경기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4일 0시(GMT·그리니치 표준시) 현재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106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전세계 코로나 확진자는 지난 7월말 1700만명에서 이달 10일 2000만명 이상으로 불어났고, 불과 나흘만에 100만명이 더 증가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 6일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에서의 추가 부양책 합의 지연에 대해 "2007년~2009년 침체보다 더 심한 대침체(Greater Recession)를 향해 가고 있다"며 "앞으로 겪게 될 충격은 지난 3월 1차 충격과 마찬가지로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7월 이후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 속보치는 경기반등이 매우 제한적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7월 수출(-7.0%)이 코로나 사태 후 넉달 만에 한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지만, 이달 1~10일 수출은 다시 24% 감소했다.

기재부가 발표한 8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내수 소비지표도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이 전년대비 -2.9%, -6.2% 등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전반적인 소비 회복 강도를 보여주는 국내 신용카드 승인액 증가율도 6월 9.3%에서 7월 4.8%로 둔화됐다. 기재부는 "코로나19와 사상 최장 장마 등으로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에서 코로나 재유행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경기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지난 14일 103명, 15일 166명, 16일 279명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서울과 경기지역 방역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해 각종 모임 등을 금지하고, 고위험 시설의 영업을 금지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강화가 내수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기대하는 V자 경기반등이 나타날 확률이 점점 더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간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코로나 재확산에도 글로벌 경제활동 재봉쇄가 일어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코로나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3, 4분기 경기회복 속도가 매우 완만할 것이라는 게 현실적인 전망일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