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2016년부터 BMW는 고객 만족도를 조사하고 해당 점수를 부여한 이유를 묻는 설문 조사를 했다. 고객의 자동차 재구매율과 서비스센터 이용률이 낮아지면서 세운 대책이었다. 그 결과 BMW는 고객 피드백의 90%를 5일 안에 해결했고, 고객 만족도 점수는 9개월 만에 23점 상승했다. 재구매율과 서비스센터 이용률도 덩달아 상승했다.

2014년 미국 부동산 회사 질로(Zillow)는 경쟁사를 인수하면서 임직원이 800명에서 3000명으로 급증했다. 두 기업의 분위기가 융합되도록 직원을 관리하는 것이 기업의 과제였다. 직원의 근무 태도와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겉으로 드러난 업무 참여도가 높았으나 내면의 이직 욕구 또한 높았다. 질로는 이어 직원이 장기적으로 회사에 남을 요인을 심층 조사했다. ‘경력 개발’이라는 답이 나오자 질로는 관리자급에게 직원 경력 개발 지침을 배포했고 이후 직원의 근무 만족도는 올라갔다.

두 회사가 활용한 도구는 ‘경험 데이터’. 경험 데이터는 이해 관계자의 심리가 반영된 정성 데이터를 의미한다. 그간 기업은 고객이나 임직원의 성별, 나이, 지역, 활동 시간과 같은 정량 데이터를 분석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이들의 ‘마음’을 읽기는 어렵다. 이면에 놓여 있는 고객의 구매 동기, 만족도, 구매 의향, 개선점 혹은 임직원의 근무 욕구, 인사 평가, 복지 만족도가 중요하다.

퀄트릭스의 경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화면 예시.

경험 데이터를 조사·분석해 기업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 데이터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BMW와 질로가 모두 데이터 수집을 의뢰한 ‘퀄트릭스’다. 퀄트릭스는 기업과 계약하고 경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현재 흩어진 경험을 모아달라고 퀄트릭스를 찾은 기업만 전 세계 1만1000여 개. 미국 ‘포천’ 100대 기업의 75% 이상과 미국 100대 경영대학원 중 99곳이 퀄트릭스와 계약했다. 유통·헬스케어·금융·여행·정부·미디어·항공사·자동차까지 퀄트릭스를 거쳐 가지 않은 산업군이 없다. 대표적인 고객사로는 언더아머·야마하·마이크로소프트·코카콜라가 있다.

퀄트릭스는 7월 26일(현지시각) 미국 주식시장 기업공개(IPO) 계획을 발표했다. 퀄트릭스의 상장 소식이 기대되는 이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 퀄트릭스는 2018년에도 나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했지만 긍정적인 이유로 무산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독일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기업 SAP가 상장을 나흘 앞두고 80억달러(약 9조원)에 퀄트릭스를 인수한 덕분이다. 현재 경쟁사 서베이몽키의 시가총액이 32억달러(약 3조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 건은 ‘메가 빅딜’이었다. SAP 자회사로 편입된 퀄트릭스가 몸집을 불려 다시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퀄트릭스가 기대되는 이유를 세 가지 포인트로 짚어봤다.

◇포인트 1│대학 ‘한 우물’ 팠더니 학생이 고객사 유치 교두보

퀄트릭스의 성장은 2012년부터 순식간에 일어났다. 세계 최대 규모 벤처캐피털 세쿼이아캐피털과 액셀이 시리즈A 투자 단계에서 퀄트릭스에 7000만달러(약 831억원)를 투자한 것. 2년 후 미국 벤처캐피털 인사이트파트너스는 시리즈B 투자 단계에서 퀄트릭스의 기업 가치를 10억달러(약 1조원)로 평가한다. 퀄트릭스가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의 비상장 기업)의 반열에 오른 순간이었다.

하지만 퀄트릭스의 급격한 성장사 뒤에는 10년의 세월이 있다. 퀄트릭스의 창립 시기는 2002년. 공간은 캘리포니아주의 실리콘밸리가 아닌 유타주의 가정집 창고였다. 라이언 스미스 퀄트릭스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인후암을 앓던 아버지를 병간호하려고 집에 돌아왔다가 ‘개발자 정신’이 투철한 동생 그리고 아버지와 사업 아이템을 고안한다. 온라인 설문 조사 양식을 만들고 배포하는 단순 서비스였다. 아버지의 병이 호전될 무렵 20명의 고객을 모으고 서비스를 만들 직원도 고용했다.

퀄트릭스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첫 고객군을 대학으로 정하고 ‘한 우물’만 팠다. 다른 고객군이 욕심날 때도 있었다. 한때 라이언은 구글에서 일하는 동생에게 매일 전화해 회사에 서비스를 제안하라고 했다.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우리가 목표치로 정한) 250개 학교 이외의 말을 하려면 나에게 전화하지 마."

라이언은 2년 반의 세월 동안 발품 팔아 교수진을 만나면서 목표치를 달성했다. 당시 연 매출은 1800만달러(약 214억원) 상당. 그보다 값진 수확은 학생 네트워크였다. 교수진은 대학에 남지만, 학생은 사회에 진출한다. 그들은 이미 대학에서 퀄트릭스 이용법을 익혔다. 취업 이후 퀄트릭스 서비스를 기업에 도입할 유인이 높아진 것이다.

◇포인트 2│업계 1위 기업 SAP 등에 업고 고객사 확보

퀄트릭스는 이후 기업의 고객·직원 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를 추가 개발하면서 고객사를 확장했다. 이를 눈여겨본 곳은 SAP. SAP도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인적자원관리(HCM) 등 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를 기업에 제공한다. SAP는 전 세계 거래 매출의 약 77%를 담당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현재 43만7000여 고객사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SAP는 퀄트릭스와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퀄트릭스 인수를 결정했다. SAP가 기존 소프트웨어로 정량 데이터를, 퀄트릭스가 설문 조사로 정성 데이터를 수집하면 분석력이 향상하기 때문이다. 두 기업이 서로 보완재로 작용하는 것이다.

퀄트릭스 입장에서도 SAP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고객사를 늘릴 기회가 생겼다. 퀄트릭스는 2019년 1월 자회사 편입 완료 이후 고객사를 확대하고 있다. 2020년 상반기 SAP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퀄트릭스의 매출은 2020년 상반기 3억2900만유로(약 4604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2억1400만유로·약 2995억원)보다 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500만유로(약 69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인수 비용으로 분석된다.

◇포인트 3│아시아·태평양 신시장 확대

퀄트릭스는 2020년 상반기 매출의 77%(2억5600만유로)를 아메리카 지역에서 올렸다. 하지만 성장세는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지역이 가파르다. 올해 상반기 아·태 지역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73%로, 유럽·중동·아프리카(62%)와 아메리카(50%)를 훌쩍 넘어선다.

퀄트릭스는 2015년 호주 시드니에 아·태 지역 첫 번째 지사를 열었다. 이후 뉴질랜드·싱가포르·일본 등 6개 지사를 추가로 열었다. 2019년 기준 진출 4년 만에 아·태 지역 매출은 8배 이상 늘었고, 고객사는 1000곳을 돌파했다.

올해 3월 퀄트릭스는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효성그룹이 첫 고객사다. 효성그룹은 제품 출시 이전 소비자 반응 예측에 퀄트릭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SDS는 자체 데이터 분석 플랫폼 브라이틱스와 퀄트릭스를 연계해서 사업을 발굴·개발·실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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