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신 회장과 인연... M&A 주도하며 '신동빈의 남자'로 부상
사드·일본 불매· 코로나 사태로 그룹 실적 악화하자 퇴진
롯데그룹의 2인자 황각규(사진) 롯데그룹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13일 롯데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황 부회장 퇴진을 포함한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그동안 롯데지주 대표이사로 그룹의 성장을 이끌었던 황 부회장이 퇴진하고, 이동우 전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 내정됐다.
재계는 롯데그룹이 이미 지난해 말 정기 인사를 단행한 상황에서 이번에 최고위직을 포함한 깜짝 인사를 단행한 것에 대해 이례적이란 반응을 보였다. 더욱기 황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경영수업을 받을 때부터 가까이서 보좌했던 최측근으로 '신동빈의 남자'라고 불렸던 인물이다.
이에 롯데그룹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그룹의 생존과 미래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 새 인물을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황 부회장은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이 롯데로 인수되던 1979년 입사해 40여 년간 롯데그룹에 몸담은 '정통 롯데맨'이다. 신 회장과는 1990년 신 회장이 경영수업을 받기 위해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입사했을 때 인연을 맺었다. 당시 부장이었던 황 부회장은 시 회장을 보좌하며 신임을 얻었다.
이후 1995년 롯데 그룹본부로 적을 옮긴 후 국제팀장·실장을 거쳐 운영실장, 경영혁신실장을 역임하며 그룹 전략을 책임졌다. 특히 신사업 진출과 인수·합병(M&A) 등을 주도하며 그룹의 성장을 이끌었다. 우리홈쇼핑, 두산주류, 바이더웨이, 하이마트, kt렌탈 인수, 삼성그룹 화학 부문 인수 등이 그의 작품으로 꼽힌다.
황 부회장은 2017년 롯데지주 출범 당시 신 회장과 공동 대표를 맡으며 그룹 내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듬해 신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을 때는 비상경영체제를 이끌며 신 회장의 공백을 메웠다.
하지만 2017년 중국 사드 사태, 2019년 한일 관계 악화로 그룹의 위기가 계속되면서 그의 위상도 흔들렸다.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선 호텔·서비스BU(부문)장이던 송용덕(65) 부회장이 지주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며 황 부회장과 '쌍두마차' 체제가 됐다. 일각에선 2인자인 황각규 부회장을 견제하기 위한 신 회장의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올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등 그룹의 위기상황이 계속되자 황 부회장은 결국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올 상반기 롯데그룹은 누적 적자만 1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황 부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젊고 새로운 리더와 함께 그룹의 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사퇴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퇴진 후에도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