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지난해 인수한 20세기 폭스 관련 계열사들에서 ‘폭스’라는 이름을 완전히 지웠다고 CNN이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한때 세계 영화산업을 주름잡았던 ‘20세기 폭스’의 이름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됐다. 트위터 캡처

CNN에 따르면 디즈니는 전날 계열사인 20세기 폭스 TV의 회사명에서 ‘세기(century)’와 ‘폭스’를 빼고 ‘20번째 TV(20th Television)’로 개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디즈니는 계열 TV 프로그램 제작사인 폭스 21 TV 스튜디오의 회사명 역시 ‘터치스톤 스튜디오’로 바꿨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해 폭스미디어그룹에서 인수한 20세기 폭스 등 일부 계열사의 이름에서 ‘폭스’라는 단어를 빼는 작업의 일환이다. 폭스뉴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기 편으로 여기는 등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미디어로 정치색이 강한 만큼 디즈니의 이미지와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서 지난 1월 디즈니는 폭스에서 인수한 영화제작사 ‘20세기 폭스’를 ‘20세기 스튜디오’로, ‘폭스 서치라이트 픽처스’를 ‘서치라이트 픽처스’로 바꿨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테마파크, 영화 등 사업에서 타격을 받은 디즈니는 얼마전 19년여만에 2분기 적자를 냈다.

디즈니는 이달 초 실적 발표에서 지난 6월 27일 마감한 최근 분기 매출이 117억7900만달러(약 14조원)로 작년 동기보다 42% 감소했다고 밝혔다. 분기 순손익은 47억18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디즈니의 분기 적자 발생은 2001년 초기 5억6700만달러의 순손실 이후 처음이다.

디즈니의 실적 악화는 코로나19 사태로 테마파크가 문을 닫고 영화 개봉도 힘들어진 결과다. 21세기폭스 엔터테인먼트 부문 인수합병(M&A)에 따른 인수 대금도 영향을 미쳤다고 경제전문채널 CNBC는 분석했다.

다만 9개월 전 출시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는 가입자가 6050만명을 넘어서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당초 디즈니가 제시했던 2024년 가입자 목표(6천만∼9천만명)를 4년을 앞당긴 실적이다. 이에 힘입어 훌루(Hulu), ESPN+ 등 디즈니의 전체 스트리밍 서비스 유료 가입자도 100만명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