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발사 인류 최초 인공위성 이름 따… 미국인에 충격준 트라우마 부각 효과?
푸틴 딸 접종 이어 이달 의료인·교사 접종 시작… 과속 개발·접종 후유증 우려도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이 공식 등록됐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각) 밝혔다.

러시아 현지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원격 내각회의를 주재하면서 "오늘 아침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이 등록됐다. 그것은 상당히 효율적으로 기능하며 지속적인 면역을 형성한다"고 했다. 그는 백신이 필요한 모든 검증 절차를 거쳤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AP 통신과 블룸버그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딸들 중 한 명이 이미 백신 접종을 마쳤다고 말했다고 같은 날 전했다. 이날 등록된 백신은 지난 1957년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 '스푸트니크 V'(Sputnik V)로 명명됐다. 당시 소련은 라이벌인 미국보다 먼저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큰 충격을 줬었다.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백신은 현지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국방부 산하 제48 중앙과학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백신으로 보인다. 가말레야 센터는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 투자를 받아 국방부와 함께 백신 개발을 추진해 왔다.

모스크바의 세체노프 의대와 부르덴코 군사병원에서 자원자 각각 38명씩을 대상으로 한 1차 임상 시험이 지난달 중순 마무리됐다. 이후 2차 임상시험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자세한 내용은 따로 공개되지 않았다.

미하일 무라슈코 보건부 장관은 "모든 (임상시험) 자원자들에게서 높은 수준의 코로나19 항체가 생성됐다. 접종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은 아무에게서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백신 생산은 가말레야 센터와 현지 제약사 '빈노파름'이 맡을 것이며 RDIF는 생산 및 해외 공급에 필요한 투자를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라슈코는 조만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단계적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면서 감염 고위험군에 속하는 의료진과 교사 등에게 우선하여 백신 접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RDIF 대표는 "백신 등록 이후 곧바로 3차 임상시험이 시작될 것"이라면서 "한 달 동안 수만 명의 자원자들이 접종받을 것이다. 10월부터는 역시 자원자를 대상으로 대중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차 임상시험은 러시아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방에선 통상 수천~수만명을 대상으로 한 1~3차 임상 시험 뒤에야 공식 등록과 양산, 일반인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 관례다.

이를두고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러시아의 백신 개발이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고 우려를 표했다. 러시아의 백신 개발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다.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WHO 대변인은 지난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어떤 백신이든 다양한 임상 시험과 검사를 거쳐야 한다"며 러시아 백신에 대해 공식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공식적인 어떤 것이 있다면 WHO 유럽 사무소에서 분명히 이를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