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하락하면서 달러 자산에 대한 환차손 우려가 커지자 홍콩달러나 위안화, 엔화 등으로 환전해 아시아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늘고 있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 7월부터 한 달간 홍콩과 중국, 일본 주식에 대한 국내 투자자 매수 규모가 급증했다. 7월 국내 투자자의 홍콩 주식 매수량은 12억7900만달러(1조5000억원)로 전월 대비 197.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 주식 매수량은 4억900만달러로 전원 대비 142.1% 늘었고 일본 주식 매수량은 2억3100만달러로 전월 대비 32.9% 증가했다. 미국 주식 매수량은 92억7400만달러로 규모는 가장 컸지만 전월 대비 증가폭은 4.9%에 그쳤다.
최근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달러로 미국 시장에만 투자해왔던 투자자들이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다른 외화 자산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증권사 WM(자산관리)센터 관계자는 "환차익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산가들 중에 미국 주식을 일부 처분한 뒤 홍콩달러나 위안화로 환전해 해당국가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최근 미국 주식이 연초 대비 급등하자 차익을 실현한 뒤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대신할 투자처로 홍콩과 중국 시장을 택한 것은 두 국가의 환율이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달러와 연동해 환율을 고정하는 페그(peg)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홍콩달러는 최근 7.75홍콩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고정범위인 7.75~8.75에서 하위 수준으로 미국달러 가치가 그만큼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도 5월 말 7.1위안에서 지난 10일 기준 6.96위안으로 하락했다.
미국 주식이 연초 이후 큰 폭으로 오르면서 차익을 실현한 뒤 새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도 있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는 연초 이후 20% 넘게 올랐다. 테슬라는 연초 대비 3배 넘게 오르고 아마존 등 기술주의 주가가 50% 넘게 상승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것이다. 최근 중국 증시와 홍콩 증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충격을 딛고 낙폭을 만회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초 대비 10% 가까이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유럽연합(EU)의 경제회복기금 합의안 이행 여부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달러화는 지난 4월 EU의 코로나 피해 극복을 위한 경제회복기금 설치 합의로 유로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상대적인 약세를 보여왔다. 최서영 삼성선물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회복기금 합의로 유로화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서 반대급부로 달러 가치가 떨어졌는데 경제회복기금 합의안이 앞으로 제대로 이행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아시아와 주요 신흥국 대비 달러 가치는 3분기 이후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11월 대선 이후 정치 상황이 안정되면 추가 경기 부양책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아시아 통화 대비 강세 흐름을 되찾을 수도 있다"고 했다.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국 통화는 이미 지난 6월부터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