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생산성은 높으나,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낮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생산성 격차도 크다. 시장의 엄격한 규제는 경쟁과 생산성 향상을 저해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한국 경제에 '경고장'을 보냈다. K방역 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경제 활동이 덜 위축됐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령화, 생산성 저하, 과도한 규제 등 한국 경제의 취약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OECD는 11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한국경제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OECD가 2년 주기로 회원국의 경제동향・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하는 것으로, 정책권고 사항을 담고 있다. OECD는 "세계 경제 전망을 둘러싼 거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국 경제의 주요 동력인 수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의 영향과 인구 고령화는 한국 경제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자원의 대대적인 재분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 늙어가는 한국… 고령화에 따른 디지털화·新고용전략 필요
OECD는 한국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공급 감소를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은 2019년 14.9%에서 2067년 46.5%까지 치솟는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이다. 이에 한국은 2045년 일본(37%)을 넘어 세계 1위 고령화 국가가 될 전망이다.
OECD는 "한국은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중으로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 공급 감소에 따라 잠재성장률 하락, 재정부담 등 우려된다"며 "고령화에 따른 일자리 고용 안정, 고령층 일자리 질 개선, 중소기업 생산성 제고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고령화에 따라 공공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정부 수입 증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OECD는 한국 노년부양비가 2060년 8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년부양비는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65세 이상 인구의 수를 의미한다. 80% 초과라는 것은 100명 중 80명 이상이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최상위 수준이다. 이에 OECD는 2005년에서 2020년까지 한국의 평균 잠재성장률이 '3%' 수준이었지만, 2020년에서 2060년까지 40년 평균의 경우 '1.2%' 수준으로 하향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OECD는 이러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산업에 걸친 '디지털화'를 통한 생산성 강화와 여성과 고령자의 고용 확대 등을 담은 '신고용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G와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 강화와 ICT 기술을 활용한 직업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OECD는 "숙련도가 높은 한국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고 고용의 질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열악한 일자리에서 늦은 나이까지 일하는 고령 노동자의 일자리 질 개선이 중요하다. 직업 교육과 진로상담을 강화해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도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조업·서비스업 생산성 증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필요
OECD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상위 50% 국가의 절반 수준이다.
2017년 기준 한국의 노동생산성(근무시간당 GDP)은 37달러로 미국 72.1달러, 영국 59.9달러, 일본 46.1달러, OECD 평균 54.7달러 등과 차이가 크다. 서비스 산업의 노동생산성 역시 2017년 기준 시간당 4.91달러에 수준으로, OECD 29개국 중 22위 수준이었다.
OECD는 "경제의 부문별 생산성 격차를 완화하는 것은 거시경제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열쇠"라며 "특히 중소기업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같은 첨단 IT 기술 활용에서 뒤처져 있으며, 숙련 근로자 및 관리자의 채용과 인력 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막대한 연구개발(R&D) 지원에도 규모를 확대하는 성공 사례는 제한적"이라고 했다.
◇규제가 생산성 향상에 발목… 철폐나 샌드박스 활용
OECD는 상품 시장의 엄격한 규제가 경쟁과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고 있다고 봤다. 한국의 상품시장규제(PMR) 수위는 2018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4위로 높았다. 세계은행에서 집계한 진입장벽(Barriers to entry) 수위도 2020년 기준으로 4위였다.
OECD는 "한국 정부는 규제 입증 책임을 규제 대상에서 규제 주체로 전환하는 정부 입증책임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규제가 과도한 분야를 찾아 해당 규제를 개선하거나 철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OECD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월 -1.2%에서 0.4%P(포인트) 높은 -0.8%로 상향 조정했다. 코로나19의 2차 확산이 발생하지 않을 것을 가정한 전망치다. OECD가 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나라는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