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노사가 지난 1년 3개월 동안 끌어온 2019년도 임금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채 결국 여름 휴가에 들어갔다. 현장에선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일반 조합원들"이란 목소리가 나왔지만, 노조 집행부는 휴가에서 돌아온 뒤 파업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날부터 13일까지 11일 동안 '집중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지난해 5월부터 이어져 온 임금 협상은 이번 휴가로 일시 중단됐다. 통상 조선업계에선 하계휴가 이전에 임금 협상을 끝내고 휴가를 떠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난달 23일 진행된 62번째 노사 교섭이 결렬되면서 휴가 전 타결에 실패했다. 2019·2020년도 2년 치 교섭 병행 역시 불가피해졌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지난 3월 20일 임금 협상 타결을 요구하는 첫 번째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사내 소식지를 통해 "모두가 바라는 휴가 전 임금협상 타결을 이뤄내지 못해 안타깝다"면서도 "회사는 임금 조정안에 대한 폭넓은 양보는 물론 노조 요구사항을 반영한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기존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사측은 지난해 물적분할 반대 파업 과정에서 폭력 행위를 저질러 해고된 조합 간부 4명을 두고 "경중에 따라 재입사를 시켜줄 수도 있다"며 한발 뒤로 물러난 절충안을 노조에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노조는 "4명 다 무조건 복직시켜달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사측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모든 사태 책임은 회사에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같은 날 조합 소식지를 통해 "회사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물적분할에 반대하기 위해 파업에 참여한 것"이라며 "조합원들을 무더기 징계한 것은 명백한 노동 탄압이고, 이를 빌미로 노조 조직력을 떨어뜨려서 향후 협상에서 노조가 힘을 쓰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특히 휴가에 복귀한 19일부터는 다시 부분 파업에 돌입할 계획을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에만 4번의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회사와 노조 집행부의 자존심 싸움에 피해 보는 건 결국 보통 조합원들"이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조합원은 최근 조합 게시판에 "자존심을 앞세웠다가 굴욕을 당했던 조직이 얼마나 많냐"며 "피폐해진 조합원 삶은 아랑곳하지 않는 집권 세력의 자존심이 조합원 삶보다 가치가 높단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조합원은 "극소수만 현 집행부를 지지할 뿐"이라며 "민심이 조합에서 돌아섰다"고 했다.

지난 30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등 현대중공업그룹 다른 계열사에서도 불만이 쌓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4사 1노조' 체계 때문에 한 사업장이라도 임금 교섭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나머지 사업장들도 교섭을 끝낼 수 없다. 최근 교섭 장기화에 지친 현대로보틱스 직원들이 복수 노조를 만들어 사측과 성과급 선지급에 합의한 것도 이에 대한 불만의 영향이 크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불경기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누계 수주 규모는 약 14억8500만달러(약 1조7710억원)로 연간 달성률의 12.8%에 불과하다. 지역 조선업계 관계자는 "작금의 조선업계는 당장 1~2년 뒤 일감이 바닥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이라며 "노사가 서로 자존심 싸움하느라 엉뚱한 곳에 힘을 쏟으면 위기를 타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