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소수자 차별을 반대하는 지하철역 현수막 광고가 훼손된 채 발견됐다. 과거 대학가에서 성소수자 모임이 내건 현수막이 잇따라 훼손됐는데, 비슷한 일이 재현된 것이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게시된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기념 현수막이 찢어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로 발견됐다. 해당 현수막에는 성소수자들의 얼굴 사진을 이어붙여 만든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무지개행동은 이날 논평을 통해 "명백한 증오범죄"라며 "형체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훼손한 것은 성소수자들에게 공공장소에 드러내지 말라고 위협을 가하고 혐오를 과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해당 현수막 광고는 철거된 상태다. 무지개행동은 흰색 천막으로 덧씌워진 현수막 자리에 접착식 메모지 등을 활용해 문구를 다시 만들어 붙였지만, 이마저도 3일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3일 현수막 광고를 훼손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A씨는 "(종교적인 이유로) 성소수자가 싫어서 그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착식 메모지 문구 훼손도 A씨가 한 짓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성소수자 관련 현수막이 훼손된 건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대학가에서도 성소수자 모임이 학교 내에 부착했던 현수막이 잇따라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17년 서강대에서 성소수자 모임이 내 건 현수막이 연이어 손상되거나 사라졌다. 그해 4월 서강대 성소수자협의회 '함수'의 동성과 성관계를 한 혐의로 구속된 한 직업군인의 석방 촉구 현수막이, 3월에는 성소수자 모임을 홍보하는 현수막 2개가 도난 당했다.
앞서 2016년에도 각 대학 성소수자 모임에서 성소수자 신입생을 환영하기 위해 부착한 현수막이 찢기거나 사라졌다. 서울대 성소수자 동아리 '큐이즈(QIS·Queer In SNU)'의 '관악에 오신 성소수자, 비성소수자 신입생 여러분 모두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가로로 찢어진 채 발견됐고,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는 성소수자 모임 '퀴어홀릭'이 걸어둔 '성소수자 여러분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은 도난 당했다.
특히 서강대에서 교내 성소수자 모임 춤추는 Q가 내건 '성소수자 신입생을 환영한다'는 취지의 현수막이 칼로 찢어 쓰레기통에 버린 사람이 자연과학부 소속 교수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서강대 총학생회와 춤추는 Q는 해당 교수를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지만, 교수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현수막 훼손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대학가에서 발생한 성소수자 현수막 훼손은 근본주의 성향 기독교인 등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이들의 소행이었다"며 "신촌역 사건의 경우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해당 현수막 광고를 내건 이들에게는 혐오 표현으로 다가올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