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광양제철소 하이밀 전기로와 CEM(압축연속주조압연설비) 설비 매각에 성공했다.

하이밀은 전기를 사용해 철 스크랩을 녹인 뒤 판재류를 생산하는 전기로다. CEM은 하이밀 전기로에서 나온 고온의 쇳물을 식히지 않고 한 번에 코일로 만들어내는 설비다. CEM은 한때 '포스코 기술력의 상징'으로 꼽혔으나, 지난해 고정비 부담에 가동을 멈췄다.

3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플랜트 철거기업 대산이엔지산업건설과 지난 5월 25일 설비 매각 본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달 23일 설비 매각을 완료했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CEM 공장 내 제강, 연주, 압연 및 부대설비를 341억원에 매각하게 됐다.

CEM 생산설비의 5단 압연기.

매수자인 대산이엔지산업건설은 다음달부터 내년 5월까지 설비 철거를 진행하고, 해외에다 설비를 재매각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소재 기업들과 논의 중이며,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해외 기업과 매각 계약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앞선 2015년 전기로인 하이밀 가동률이 30%대까지 떨어지자 설비를 멈췄고, 지난해 초 후공정인 CEM의 가동도 중단했다. 원료가격이 상승해 가격 부담이 높아졌고, 판매 저하로 이어지며 적자가 누적된 탓이다.

포스코의 지난해부터 하이밀·CEM 매각 절차에 돌입했으나, 적합한 매수자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어 왔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한 국내 중소기업 컨소시엄과 CEM 설비매각 양해각서(MOU)를 맺었으나, 컨소시엄은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매수를 중도 포기했다.

이번에 계약을 맺은 대산이엔지산업건설은 자금 조달 과정 중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금융권과 자산유동화대출(ABL) 채권 계약을 맺는 방식을 시도했다. 금융과 신탁사가 자금을 관리해 설비를 매수하려는 해외기업들의 우려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양동현 대산이엔지산업건설 총괄본부장은 "대부분의 기업이 플랜트 철거나 설비 매각 시 고철, 구리 업체들로부터 자금을 받아서 지불, 매수하는데 위험도가 크고 계약이 엎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금융권과 손잡고 설비 매입을 하는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번 설비 매각으로 공장 여유 부지와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수익성 저하로 추진했던 CEM 설비 매각이 성사돼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게 됐다"고 했다.

포스코가 전기로 설비 매각에 성공하면서 다른 철강사들의 전기로 설비 매각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 철강사들은 전기로가 고로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편인 데다 수년간 철스크랩 가격이 상승하고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되자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매각을 추진 중이다.

KG동부제철이 2009년11월 완공한 충남 당진 전기로 제철 공장. 1조3000억원을 투자해 건설한 이 전기로는 글로벌 철강 시황 악화 등과 맞물려 동부제철과 동부그룹 경영 악화를 초래했고, 매각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KG동부제철은 2014년 당진 전기로 가동을 중단한 뒤 2017년 이란 철강업체에 설비를 매각하려다 실패한 바 있다. KG동부제철은 지난해부터 매각을 재시도해 올해 1분기까지 우선협상자인 LNS네트웍스와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에 실사가 밀리면서 계약이 기약없이 밀리고 있다.

현대제철(004020)도 지난달 수주가 전무해 당진제철소 전기로 박판열연설비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박판 열연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노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한 뒤 전기로를 어떻게 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