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K-바이오 투자심리를 다시 부추긴 측면이 있어요. 2017년 '바이오 버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장기 협업 플랜이 중요합니다."

전세계 1위 암 병원인 MD앤더슨에서 19년간 임상이행 전문가로 일하다 국내에 바이오벤처를 세운 김선진 플랫바이오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으로 갈수록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다시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에 빠져들 수 있다고 했다. 신사업 발굴을 위해 진출한 대부분의 해외 사업에서 빨간불이 켜지고 있지만 실물경제의 현실과는 반대로 자본시장에서 K-바이오에 대한 기대감은 부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헬스케어 업계의 주식 이상 급등 현상이 번번히 나타나고 있다. 적정 기대치를 넘어선 투자를 일컫는 이른바 '오버슈팅'(Over-Shooting) 흔적은 코로나19 발병 초기에는 진단키트 수요 급증 이슈로, 최근에는 백신·치료제 개발 등의 소식과 엮여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분석한 헬스케어 분야 올해 월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08.9배에 이른다. 반년만에 지난해 PER 평균(141배)의 1.5배 수준을 웃돈다.

하지만 실제 헬스케어 업계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중국 우한에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세울 계획이었던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건설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고 미국 시장 진출 계획을 세운 기업들은 식품의약국(FDA) 신약 신청을 잠정적으로 보류한 상태다. 코로나 사태로 일반 환자들의 병원행이 줄면서 한미약품, 종근당, 대웅제약 등 국내 대형 제약사의 경우 원외처방 감소 영향권에 들어섰다. 미래 먹거리인 연구개발(R&D) 역시 위축되고 있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환자 모집이 쉽지 않은 상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작된 또 한번의 '바이오 버블'이 진실의 순간에 직면하면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생리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인 만큼 스타트(start)보다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갑작스럽게 주목받은 회사들은 대규모 기술수출 반환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장기 플랜을 세울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특히 다가오는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제약바이오 기업 사이에서는 실적 양극화가 일어나면서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종목과 테마주 성격을 띤 종목 간에 상이한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실적 개선 소식을 알리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여러 글로벌 회사들과 협약을 맺고 사업 다변화로 매출을 늘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에도 올해 미국 비어(4400억원), 영국 GSK(2800억원)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지금까지 수주한 물량은 약 1조 8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수주 물량 대비 약 4배, 매출의 약 2.5배 수준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가장 먼저 상용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최근 협약을 맺고 해당 백신물질 원액을 안동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바이오 투자 과열 현상을 지적하면서 "투자자들은 고수익을 노리며 불안정한 분야에 투자를 좋아하지만, 한국이 바이오의약품 강국이 되지 않는 이상 거품이 터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오의약품 강국이 되기 위해선 다자간 협력을 통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장기 협업 전략을 펴는 제약 바이오기업들이 늘어나야 한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 공동연구, 임상 등 전 가치사슬에서 협업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