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추진해 온 주택임대차보호 3법이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기존 세입자에게 소급 적용을 허용한 것을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임대료 인상률을 5% 이하로 정할 수 있게 해 전·월세 시장에 전례 없는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이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부동산 관련 법안을 가결하고 있다.

여당은 이날 오전 미래통합당의 법안소위 구성 요구를 무시하고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강행 표결 처리했다. 통상 법안소위에서 법안심사를 한 후 여야가 만장일치로 합의해야 상임위 전체회의로 상정되는데, 이같은 절차를 건너뛴 것이다. 상임위 문턱을 넘은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 3법은 다음달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이 유력하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이날 법사위에서 야당의 반발 속에 민주당 윤후덕·박주민·백혜련·박홍근 의원과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묶은 법사위 대안을 가결했다

위원장 대안은 2년의 기본 임대 기간에 한 차례 계약을 연장해 2년 더 거주하게 하는 2+2 방식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고,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상승 폭을 기존 임대료의 5% 이상 넘지 못하게 하되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5% 이내에서 상승 폭을 다시 정하게 하는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 법안은 기존에 계약한 세입자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소급 적용토록 했다. 당·정은 존속 중인 계약에 대한 규정이기에 소급적용과는 차이가 있으며 소급 적용하지 않을 시 임대료가 단기간에 급등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법리적으로나 여론 상으로나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계약 만료 6개월~1개월 전에 행사할 수 있다. 집주인이 묵시적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기간을 설정한 법 조항을 준용한 것이다. 계약을 연장한 후에는 계약 기간이 남았다고 해도 세입자가 필요에 따라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29일 국회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의석이 텅 비어있다.

갱신 시 임대료 증액 한도는 기존 계약액의 5%로 제한하되, 지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5% 내에서 다시 한도를 정하게 한 규정도 도입됐다. 지자체가 자체 판단에 따라 임대료 증액 상한을 5%보다 더 낮게 설정할 수 있게 한 만큼, 전월세 가격이 많이 뛰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상한이 더 낮아질 수 있다. 지자체장이 마음만 먹으면 임대료를 거의 올리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는 셈이다.

법안에는 또 임대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하면서 세입자를 내보내고는 원래 연장됐을 기간 내에 다른 세입자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을 경우 세입자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법정손해배상청구권제’도 포함됐다. 이에 따르면, 원고가 실제 손해를 입증하지 않더라도 사전에 법에서 정한 일정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세입자는 계약 갱신 당시 3개월 월세, 집주인이 다른 세입자에 전월세를 주고 얻은 임대료와 거절 당시 임대료 간 차액의 2년분, 갱신 거절로 인해 입은 손해액 중 큰 액수를 청구할 수 있다.

임대차계약을 맺을 때 정부가 정하는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우선 사용하게 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한편 미래통합당은 이날 여당의 규제 강화 법안 통과에 대응해 '서울 주택 100만호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층수 제한 폐지와 용적률 상향, 역세권 등의 복합개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조정 등을 통해 이런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