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위, '부동산거래신고제' 상정 의결
기재위, '부동산세 3법'…행안위 '취득세법'
법안소위 구성없이 7·10 후속법안 상정 강행
통합당 퇴장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도를 넘어"
정의당 장혜영 "동의했지만, 절차 무력화 안돼"

더불어민주당이 28일 국토교통위, 기획재정위, 행정안전위 등 3개 상임위원회에서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 후속 법안 처리를 여야 합의 없이 밀어붙이면서 국회가 결국 파행했다. 통합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21대 국회 개원사에서 협의의 정치를 하자고 한 지 2주도 되지 않아 여당이 힘의 정치를 한다"고 항의했지만 회의장에서 퇴장해 기자회견을 하는 것 외에는 법안 처리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토교통위, 기획재정위, 행정안전위 위원장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여야 합의없이 부동산법안 상정을 강행했다. 왼쪽부터 윤후덕 기재위원장, 진선미 국토위원장, 서영교 행안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국토위에서는 임대차3법 중 하나인 '부동산거래신고법'을 상정·통과시켰다. 국토위는 오전 간사 선임과 의사일정 순서 등을 놓고 시작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초선의 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통합당 이헌승 의원이 야당 간사로 선임되는 것에 대해 '다주택자가 간사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야당 간사 선임도 표결로 처리할 것을 주장했다. 진선미 위원장은 "교섭단체 대표 간사위원은 각 당에 맡기게 돼 있다"며 문 의원을 막았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주택법 개정안 등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 상정과 심의부터 먼저 할 것을 주장하면서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통합당은 업무 보고도 없이 법안만 먼저 심의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여야 의원들이 충돌하자 진 위원장은 간사간 협의를 할 것을 요구하며 정회를 선포했다.

국토위는 오후 2시부터 속개됐지만, 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이 '임대차 3법' 중 하나인 부동산거래 신고법 등을 추가 상정할 것을 제안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부동산거래신고법은 임대차 계약 때 임대계약 당사자, 보증금, 임대료, 임대기간 등 계약사항을 30일 내 시군구청에 신고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통합당 의원들은 불만을 제기하며 집단 퇴장했다. 그러자 진 위원장은 표결로 일괄 상정했고, 이후 관련 법안을 아예 의결해버렸다.

임대차 3법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내용이 들어가있다. 해당 법안은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통상 여야 간사 간 협의로 소위를 구성해 논의한 뒤 전체회의에 상정한다. 소위 구성을 위한 법사위 간사협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법사위원장은 민주당 소속 윤호중 의원이다. 이날 기획재정위원회와 국토위의 선례에 따라 법사위도 소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전체회의를 열고 통과시킬 수도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송언석, 김희국, 김은혜 의원 등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여야 합의 없이 진행된 의사일정과 부동산 관련 법안 국토위 상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고 있다.

기재위는 오늘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득세법, 법인세법,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등 '부동산 증세 3법'을 상정했다. 종부세법 개정안은 다주택자의 종부세 중과세율을 최고 6%까지 올리는 등 법인과 다주택자의 세 부담 강화가 핵심이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1세대 1주택에 적용되는 장기보유 특별공제에 거주기간 요건을 추가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율을 최대 72%까지 높이는 것이다.

기재위는 오전 회의 시작과 함께 류성걸 통합당 의원을 야당 간사로 선출하고, 여야 간사 간 법안을 심사할 소위 구성과 법안 상정 여부를 협의했지만, 합의는 불발됐다. 민주당 소속 윤후덕 기재위원장은 기립 표결을 통해 재석 26명 가운데 17명이 찬성해 법안 상정이 가결시켰다. 표결 과정에서 통합당 일부 의원들이 "독재 앞잡이"라며 반발하자 윤 위원장은 정회했다. 오후 회의를 속개했지만 통합당 의원들은 항의 표시후 집단 퇴장했고, 민주당 의원들만 자리에 남아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으로부터 정부 업무 보고를 받았다.

민주당은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도 증여 취득세율을 최대 12%로 올리는 내용이 포함된 지방세법 개정안 등 7·10 부동산 대책 후속 법안 상정을 강행했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의 발의한 이 개정안은 조정대상지역 지역 주택을 증여하거나 법인과 다주택자가 주택을 취득할 때 취득 세율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이밖에 부동산 취득세 감면 혜택 대상을 조정하는 법안들도 상정했다.

민주당 소속인 서영교 행안위원장은 "여야 간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 유감이다"라면서도 "지방세 일부 개정안은 회부된 지 15일이 안 됐지만, 내용이 시급한 점을 감안해 상정하려고 한다"고 했다. 통합당 소속 간사인 박완수 의원은 "충분한 논의 없이 국민들의 조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데에 동의할 수 없고, 의사일정에도 참여할 수 없다"며 통합당 위원들과 함께 집단 퇴장했다. 그러자 서영교 위원장은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의 동의 하에 지방세법 개정안 등 4건을 만장일치로 상정 의결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자리를 옮겨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기재위 소속 의원들은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도를 넘고 있다"고 했다. 기재부 출신인 추경호 의원은 "2020년 세법개정안을 보면 8월 12일까지 입법예고한 법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받고 있다"며 "이런 절차들은 깡그리 무시한 채 의원 발의 법안을 상정해 날치기를 강행하려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의 말살이자 국민에 대한 무시"라고 했다.

행안위 소속 의원들은 "민주당이 국가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나쁜 부동산 법'의 상정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지방세법 개정안은 발의된지 15일이 지나지 않아 국회법이 규정하는 법안의 상정요건도 갖추지 못한 미숙려 법안"이라며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이겠다는 정부여당의 행태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국토위 소속 김은혜 의원은 "협의의 정치를 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원사가 2주도 지나지 않았는데, 여당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치를 한다"며 "여당은 그린벨트, 태릉골프장으로 투기를 조장하면서 세금을 투하하더니, 오늘은 야당 의원들을 잡는 데만 혈안이 됐다"고 했다.

기재위 소속의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오전 회의에서 부동산 세법 상정에 동의한 것은 시급성에 공감해서 였다"며 "하지만 소위를 구성한 뒤 논의를 했어야 한다는 통합당의 의견을 훼방이라고 비판만 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장 의원은 "시급함을 내세워 절차를 무력화해선 안된다"고 했다.

행정안전위원회 미래통합당 박완수 간사가 28일 법안상정에 반대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퇴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