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가치가 미·중 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2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2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79% 하락한 93.69를 기록했다. 최근 7일 연속으로 하락세로, 어느덧 2018년 6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데다, 최근 중국과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점이 확고한 안전 자산으로 취급됐던 달러 지위를 흔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 가운데 4분의 1이 미국에서 나왔고, 지난주부터는 미국 내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예상과 달리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로이터는 전문가를 인용해 "달러화가 안전피난처로의 지위를 잃고 있다"며 "연준이 더 오랜 기간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크고, 미국 경제 회복세가 유럽 경기 회복 속도만큼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달러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달러화.

미국 의회가 아직 새로운 지원책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달러 약세에 일조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초기 코로나19 대응책에 있어 만장일치에 가까울 정도로 합심했지만, 최근에는 지급 대상과 기간, 방식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이 와중에 전 국가적인 실업 급여 지급 조치 같은 경기 부양책은 이번 달로 끝난다.

달러가 안전 자산으로서 지위를 잃고 있는 사이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은 달러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스위스 프랑 환율은 5년 만에 최저치(프랑 가치 상승)를 기록했고, 엔화 역시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엔화 가치 상승)을 보였다.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 역시 1유로당 1.1751달러를 기록, 201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금처럼 유로화에 대한 꾸준한 자금 유입과 시장 포지셔닝이 이뤄지면 미국 달러는 더욱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유럽 지역에서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적절히 억제된다면,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이 1유로당 1.2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즈호은행은 "외환 시장 투자자들이 잠재적으로 위험을 회피할 통화를 찾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엔화와 프랑으로 재량적 전환세가 나타났다. 유로는 매도세가 정리되면서 강세가 이어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