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이 동부지검장에서 (차관으로) 자리 옮긴 것이 장관 아들 수사와 관련 있는 거 아닌가요"(미래통합당 윤한홍 의원)
"하하, 소설을 쓰시네."(추미애 법무부 장관)
"국회의원들이 소설가입니까?"(윤한홍 의원)
"질문도 질문 같은 질문을 하세요."(추미애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미래통합당 윤한홍 의원의 아들 군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과 관련한 질의에 "소설을 쓰시네"라고 말하면서 여야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여야 충돌을 수습하려고 두 차례 정회를 했지만 국회는 이날 법무부 현안보고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결국 파행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다.

통합당 윤한홍 의원은 이날 오후 질의에서 고기영 법무부 차관을 지목하며, "올해 1월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와서 4월에 법무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추 장관 아들 수사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동부지검은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을 맡은 곳이다.

윤 의원의 이번 질문은 고 차관이 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해당 사건을 수사하지 않는 대가로 법무부 차관이 된 것 아니냐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에 고 차관은 "동부지검장으로 3개월은 넘게 근무했다"며 "글쎄요"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 과정을 지켜보던 추 장관은 "하하"라고 혀를 찬 후 "소설을 쓰시네"라고 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동부지검장이 차관으로 와 있어서 동부지검에서 과연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저는 안된다고 본다"며 "그래서 물어보는 건데 국회의원이 무슨 소설가냐"라고 했다. 이에 추 장관은 "질문도 질문 같은 질문을 하라"고 말했다.

추 장관의 '소설' 발언은 여야 의원 간 충돌로 확대됐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윤 의원을 향해 "국회의원이라고 맘대로 질문할 수 있나. 장관에 대한 모욕이고, 차관에 대한 모욕도 된다"며 "발언에 대한 근거를 대라"고 했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김 의원은 뭐하는 분이냐. 법무부 직원인가. 장관 비서실장인가?"라고 했고, 김 의원은 "국회의원"이라고 답했다.

이후 여야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윤호중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회의는 40여분 후에 속개했지만 '소설'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다. 통합당은 추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장제원 의원은 "피감기관장이 차관과 헌법기관인 의원이 질문답변하고 있는데 '소설쓰네'라고 조롱하듯 말하는 것은 '국회 모독'"이라며 "추 장관이 정중한 사과를 못 하겠다면 회의를 이대로 마쳐 달라"고 했다.

통합당 김도읍 의원도 추 장관을 향해 "질의 답변 와중에 중간에 불쑥 파행 빌미를 준 부분에 대해서 넘어가면 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윤호중 위원장은 추미애 장관에게 "답변 중에 부적절한 언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 일들에 대해서 다소 억울하더라도 유감의 말씀이 있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발언기회를 얻은 추 장관은 통합당 의원의 질의에 오히려 불만을 제기했다. 추 장관은 "면책특권은 모욕주는 특권이 아니다"라며 "주장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확신이 있으시다면 면책특권을 걷어낸 뒤 주장하고, 그에 맞는 책임도 져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아들이) 특권을 누린 적 없고 탈영 1시간도 없고 특혜 병가도 받은 적 없다"며 "다리 치료가 덜 끝나 의사 소견과 적법 절차에 따라 군생활을 다 마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고발된 이후 수사가 늦어진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도 가세했다. 백혜련 의원은 "통합당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아번 회의가 추 장관 개인 신상 발언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소 3개월이 지나서도 처리되지 못한 사건들은 원래 많다"고 했다. 김남국 의원도 "존중을 받을 질문을 하라"고 했다.

또다시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윤호중 위원장은 "여야 간사들이 합의하라"며 정회를 선언했다. 하지만 회의는 재개되지 않았다.

법사위 소속 통합당 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으로 자리를 옮겨 기자회견을 열고 "추 장관이 국회만 들어오면 국회가 막장이 된다"고 했다. 김도읍 의원은 "추 장관의 모욕적인 발언에 대해서 적어도 유감 표시는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추 장관은 사과나 유감 표시는커녕 오히려 훈육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전개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회의는 도저히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은 "법사위가 오늘 막장이 됐다. 결코 자신은 어떤 비판도 받지 않겠다는 교만과 오만의 결정체고 본인을 지존으로 아는 듯하다"며 "자신이 20년간 몸담은 국회를 모독한 사건이고, 국회에 침을 뱉고 국민을 모욕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게 어디 한두번인가. 막장드라마"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