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이 빠듯한 자금 사정에도 불구하고 법정관리(회생절차) 등 회생 방안을 모색하기보단 제주항공(089590)을 대상으로 한 소송전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와 동시에 신규 투자자를 찾는 '플랜B'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지 않는 이상 실제 자금 조달은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돌입하기 전 계약 파기 책임 주체를 따지는 소송전에 집중할 방침이다. 계약이행 및 손해배상 청구를 목적으로 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시점은 빠르면 다음 주쯤으로 예상된다. 이스타항공 고위 관계자는 "제주항공과 법적 공방부터 시작해 누구에게 계약 파기 책임이 있나 끝까지 다툴 것"이라고 했다.
◇ 이스타 "제주항공에 계약 파기 책임 묻겠다"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의 소송전은 인수 중단의 원인인 미지급금을 누가 책임질지 따지는 것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15일까지 이스타항공에 250억원 규모의 임금 체불, 협력 업체에 대한 미지급금 등 1700억원 마련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이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서 계약은 끝내 무산됐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선지급한 이행보증금 119억5000만원과 대여금 100억원 반환을 두고도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이들 자금에 대한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계약 이행을 위해 노력했으나 이스타항공이 선행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오히려 제주항공이 계약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책임을 제주항공에 돌렸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주장은 주식매매계약서에서 합의한 바와 다르고, 계약을 해제할 권한도 없다"며 "계약 위반과 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다"고 했다.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해소 등 당초 계약서상에 명시됐던 사항은 모두 해결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결과적으로 이스타항공이 원하는 것을 얻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만약 법정 공방에서 이스타항공이 승소하더라도 계약 파기의 책임이 제주항공에 있다는 게 드러나는 것일 뿐"이라며 "그렇다고 제주항공에 인수를 강요할 수는 없지 않느냐. 계약이란 말 그대로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계약일 뿐이라는 것을 이스타항공이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스타항공이 소송전을 벌이는 동안 정부 지원 없이 자력으로 경영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도 "법적공방에 들어가면 결론이 날 때까지 적어도 몇 년은 걸릴 텐데 그 기간을 버틸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 신규 투자자 모색 나선 이스타…"이상직이 책임져야" 비판도
이스타항공은 체불임금과 미지급금 규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 직원 임금의 60%를 체납한 데 이어 3월부터 5개월째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나간 직원들의 임금 48억원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이상직 의원 일가 지분 헌납으로 생긴 100억원대 자금으로 체불 임금 일부는 해결할 것"이라며 "1500여명의 임직원과 회사의 생존을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신규 투자자 확보도 검토하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존속 가치보다 청산 가치가 높아 파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의 1분기 말 기준 부채는 2200억원에 이르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자력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 3월부터 전 노선 셧다운에 들어가 5개월째 매출이 전무하고, 매달 리스비·통신료 등 250억원의 빚이 새로 쌓이고 있다.
다만 새로운 인수자가 나오긴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항공업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 속에 실소유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이 의원은 지분 편법증여와 임금체불 등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통해 지분을 이스타항공에 헌납했다.
그동안 침묵을 유지해오던 이 의원은 자신을 두고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22일 지역 라디오 방송에 나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이스타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여러 의혹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은 내놓지 않은 채 전북과 정부에게만 책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