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세종시로 국회와 행정부를 이관하는 내용의 행정 수도 이전이 정치권과 경제계의 화두로 급부상했다. 이에 대해 정권의 지지율 추락을 만회하기 위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 수도의 미래는 2012년 출범한 세종시의 현재를 살펴보면 추론할 수 있다. 세종시 인구는 최근 출범 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반전하는 등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이코노미조선'은 지방 현장 취재를 통해 이른바 국토 균형 발전의 허상을 뜯어보는 커버 스토리를 작성했다. [편집자 주]

특단 조치 없으면 지역 격차 심화
혁신기업으로 밸류체인 조성해야
강남처럼 밀도 높이고 복합화해야

마강래. 런던대학원 도시계획학 박사, 중앙대 도시부동산연구소 소장, 한국지역개발학회 부회장,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이사

"강남에는 신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이 몰려있어서 젊은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어요. 지방에도 강남과 같은 신산업 중심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이 필요합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7월 13일 중앙대 연구실에서 진행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 교수는 저서 '지방도시 살생부(2017)'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2018)'를 통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해온 도시계획 전문가다.

지방 도시가 사라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지방 일자리와 인구가 사라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산하 일자리 사업평가센터에 따르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곳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곳(46.1%)이다. 소멸 위험 지역은 인구의 유출입 등 다른 변수가 크게 작용하지 않으면 약 30년 후에는 해당 지역이 지도상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소멸위험지수(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가 0.5 미만이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과거 산업단지 유치로 지방 도시의 부흥을 꿈꾸던 시대는 지났다. 전통 제조업의 쇠퇴로 직격탄을 맞은 창원, 울산과 같은 지방 도시의 현재를 보면 알 수 있다. 미분양 무덤으로 방치된 전국의 산업단지도 단적인 방증이다. 시대가 전환되면 처방도 바뀌어야 한다.

마 교수는 "강남의 업무·거주·문화 공간이 지방에도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는 스타트업의 일종인 혁신성장기업(연구·개발(R&D), 고용 창출, 매출 성장을 지속해서 달성하는 기술주도형 성장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제조·마케팅 기업도 주변부에 생겨나는 추세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기울어진 운동장'

지방의 위기는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 대도시까지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부산·울산, 대전·세종과 같은 광역시 중심 대도시권 지역의 인구는 안정적이거나 증가세다. 주변 군급 지역의 젊은 인구를 대도시권이 빠르게 흡수한 덕분이다. 문제는 대도시권의 젊은 인구 또한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 군급 지역에서 대도시권으로, 대도시권에서 수도권으로 젊은 인구가 유출되는 연쇄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군급 지역의 인구가 모두 빠져나간 이후엔 대도시권도 위기에 직면하겠다.
"그렇다. 앞으로 20년 정도면 지금의 흐름을 압도하는 대도시권의 붕괴가 시작될 것이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총 인구의 50%를 넘어섰다(2019년 12월 말 기준 50.002%). 수도권의 국토 면적은 전 면적의 12%에 불과한데 말이다. 한국의 수도권은 평지인 영국 런던, 일본 도쿄와 달리 임야와 산지로 이뤄져 있어 가용 택지가 많지 않다. 인구 밀도가 어마어마하게 높은 상황이다."

자정작용이 일어나지 않을까.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 운동장은 기울어진 상태다. 부동산 가격이 이를 보여주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주택 가격을 분해하면, 현재 문화·교육·생활 인프라와 일자리뿐만 아니라 미래 발전 가치가 포함돼 있다. 강남 부동산 가격이 높은 이유는 미래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하에 그곳에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동산 공급을 늘려도 부동산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공급은 또 다른 수요를 만들어낸다. 수도권으로 계속 산업과 인프라가 유입되면서, 수도권은 더 융성하고 비수도권은 더 쇠퇴한다. 엄청나게 '파격적인 의지'를 토대로 '특단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힘들 것이다."

지방 균형 측면에서 앞으로 어떤 흐름이 이어질까.
"한 단계 이면에 있는 사실을 점검해보자. 경제 침체, 인구 감소, 경제 성장동력 저하는 누구나 인지하는 사실이다. 정부는 재정·금융 정책으로 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부동 자금이 늘었고 갈 곳 잃은 돈은 투자 기대 수익이 높은 부동산으로 쏠렸다. 부동산의 기대 시세 차익이 줄어들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다른 대체 투자 수단이 필요하다. 돈의 흐름을 기업 쪽으로 바꿔야 한다. 구산업이 빠르게 쇠퇴하면서 혁신성장기업을 중심으로 신산업이 성장하고 있고 이쪽으로 돈이 몰릴 것이다. 문제는 이 기업들마저 수도권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수도권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부작용은 무엇인가.
"지방만의 위기가 아니다. 지방이 어려워질수록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 국가적 차원에서 어려움이 있을 거다. 첫 번째로 경제적 측면에서 공적 자금이 비효율적으로 투입된다. 지방은 사람이 없는데 인프라는 유지해야 한다. 이로 인해 1인당 예산 소요액이 과하게 많이 들어간다. 정부에서도 '지방 살리기'를 위해 도시재생 뉴딜 등 50조원을 투입한다. 4대강 사업의 총 사업비 22조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그만큼 심각성이 반영된 결과다. 두 번째로 가치적 문제가 있다. 지역에는 역사적으로 이어져 온 이야기가 녹아 있다. 다양한 지역성이 있어야 여러 가치가 공존할 수 있다. 지방이 살아야 사회가 획일화되지 않는다."

혁신성장기업이 몰려 있는 강남의 테헤란로.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부산도 수도권에 맞먹을 정도로 키워야 한다"면서 "지방 대도시에 혁신성장기업 중심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만드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혁신성장기업 중심 밸류체인 조성해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줄이는 해결책은.
"지방 거점을 키워야 한다. 현재는 수도권을 대적할 지방 대도시가 없다. 부산마저도 수도권에 박탈감을 느낀다. 예컨대 부산을 수도권에 맞먹을 정도로 키워 주변 지역을 끌어안도록 해야 한다. 서울은 경기, 인천 지역과 맞물려 돌아가는 반면 지방은 각자도생이다. 지방도 주변 지역과 상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상생하는 시스템이란.
"서울을 생각해보자. 당분간 '강남불패'가 맞는데, 이유가 있다. 테헤란로 일대에 혁신성장기업이 모이고 있다. 도심에서 연구·개발이 일어나고, 이들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제조 기업은 강남 주변 외곽에 배치된다. 연구·개발의 중심핵과 제조기업의 주변 고리가 연결·연계된 구조다. 서울은 이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갖춰지고 있다."

산업으로 일자리와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과거 지방에선 공단을 조성하고 제조업 중심으로 문제를 풀었는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단순제조업의 중요성은 줄어들었다. 혁신성장기업은 제조 기능을 포함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기능이 연구다. 밸류체인 앞단에 연구기업을 유치하면 제조, 마케팅 등 다른 기업이 뒤따라온다. 젊은 인구가 선호하는 직종도 창의적인 기획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지방에 절실한 젊은 인구를 유입할 방안이다."

정책적으로 접근하면.
"앵커 기업(유망 업종의 모기업체) 유치를 위해 기업에 엄청나게 파격적인 입주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 청년 정책에 투입되는 국가보조금을 기업과 일자리 쪽에 분배해야 한다."

◇일자리 많아도 젊은 인구 안 와…핵심은 '복합성+밀도'

일자리만 생기면 인구 유입은 따라오는가.
"아니다. 주변 환경이 병행돼야 한다. 혁신성장기업은 '도심 지향적' 특징을 지닌다. 도심 지향성은 '복합성'과 '밀도'다. 복합성의 측면에서, 업무 공간과 '먹고' '마시고' '쉬는' 공간이 결합돼야 한다. 그리고 밀도가 높아야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어야 도전적인 생각이 가능해진다. 젊은 세대가 서울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런 인프라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굉장히 많은 노벨상은 술집에서 나왔다. 이걸 무시하고 있다."

판교테크노밸리가 생각난다.
"사실 판교는 아쉬운 공간이다. 판교엔 멋들어진 건물이 많지만, 저녁엔 공동화된다. 직주 근접한 문화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슬리퍼를 끌고 나와서 다양한 사람과 술 한잔을 기울일 수 있는 그런 환경 말이다. 밤낮으로 활력 있는 공간이 바로 혁신의 조건이자 젊은 사람이 선호하는 곳이다."

현재 지방의 산업단지는 '복합성'과 '밀도'를 모두 갖추고 있나, 의문이 든다.
"국가산업단지와 일반산업단지가 큰 문제다. 도심 인프라에서 벗어난 곳에 입지를 선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이 외곽에 있어야 쾌적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기차역에서 20~30분을 더 들어가야 산업단지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교육받기도, 자녀를 교육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일단 외로운데 거길 누가 가나."

교통의 요지를 중심으로 밀도를 높여야 할 것 같다.
"맞다. 일본에선 그걸 '압축도시'라고 부른다. 일본은 '입지적정화계획'을 토대로 교통 결절점(여러 교통기관이나 수단이 연결되는 지점)에 거점을 만들었다. 터미널에 업무 공간부터 병원, 관공서, 문화·체육 시설을 모두 한곳에 모았다. 영국에 영화 '해리포터'의 '9와 4분의 3정류장'으로 유명한 킹스크로스 지역도 역세권 개발의 대표적인 예다.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 지방에 내려가면 기차역과 거주 지구와 산업단지가 모두 떨어져 있다. 예컨대 창원은 도시 계획 단계부터 거주, 생활지구와 산업단지가 멀찍이 떨어져 조성됐다. 에너지가 분산된 것이다. 교통 결절점에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이곳에 시설을 짓거나 옮기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인구의 강제 배치는 아니다. 다만 간접적으로 사람을 모으는 방식이다."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에 있는 구글 영국 본사. 킹스크로스는 1970년대에 쇠퇴한 산업단지였으나 1996년부터 시작된 역세권 개발계획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정보기술(IT) 단지가 조성되면서 젊은 인구가 유입됐다.

공간의 효율적 재배치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압축도시를 만들면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고령자에게도 이익이다. 운전이 어려운 고령자의 경우 보행 가능 거리 내에 인프라가 모여있어야 좋다. 시설이 모여야 대중교통도 효율적으로 편성된다. 부동산, 저출산, 일자리, 노인 등 사회적 문제는 모두 '공간'과 얽혀 있다. 지방을 위한 투자를 제대로 하면 여러 사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콤팩트+네트워크' 압축도시로 '인구의 댐' 만들어야"

'충격, 896개 지자체가 사라진다.' '지방 도시 살생부 마스다 목록에 지자체들 충격.'

2014년 일본 창생 회의에서 '마스다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일본 언론은 이렇게 대서특필했다. 일본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2040년까지 일본의 896개 시·정·촌이 소멸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일본의 시·정·촌은 행정구역상 우리의 시·군·구에 해당한다.

'이코노미조선'은 한국보다 먼저 지방 도시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해온 일본의 인구 전문가 마스다 히로야 도쿄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를 서면 인터뷰했다.

마스다 교수는 인구 예측 보고서인 '마스다 보고서'를 작성해 일본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일본 지방 도시가 사라진다는 책 '지방 소멸'을 집필한 그는 "지방 핵심 도시들은 수도권으로 인구 유출을 막을 '인구의 댐'이 돼야 한다"라며 "압축도시 모범 사례인 일본 도야마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현재 일본의 인구 감소는 어떤 상황인가.
"일본의 출생률은 2005년 1.26명을 저점으로 2015년에는 1.45명까지 도달했지만, 최근에는 1.4명 전후로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고령화율이 2036년에 33.3%로 올라 국민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된다. 이대로 방치하면 일본 사회와 경제가 무너진다."

일본 내의 인구 정책 성공 사례는 없나.
"도야마의 압축도시를 들 수 있다. 콤팩트(Compact)와 네트워크(Network)에 집중해 대중교통을 활용하는 집약형 도시 개척 사례다. 도야마는 2000년대 초부터 선제적으로 인구 문제에 대응했다. '콤팩트 시티(압축도시)' 정책의 결과로, 2000년 당시 32만1500명이었던 도야마 인구는 올해 6월 기준 41만4400명까지 늘어났다."

도야마는 콤팩트 시티를 어떻게 조성했나.
"도야마는 대중교통의 활성화에 전력을 다했다. 대중교통 정비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차세대 노면 전차(LRT)를 만들고 노선을 따라 거점이 되는 블록을 형성했다. 거점 블록을 중심으로 주거지와 상업·업무·문화 시설을 조성했다. 도야마의 자랑이기도 한 노면 전차는 '트램'이라고 불린다. 생활권을 압축하니 고령 인구들도 사회 기반 시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자전거나 도보로도 용무를 볼 수 있는 거리로 만든 것이다."

압축도시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은 서울과 도쿄 등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양국의 인구 감소가 멈추지 않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힘든 서울이나 도쿄 같은 수도권에 젊은층이 유입되는 것을 억제해야 한다. 지방 핵심 도시들은 수도권으로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인구의 댐' 역할을 해야 한다. 주변 지방 도시는 수도권보다 가까이에서 이용 가능한 인프라 지구가 될 수 있다. 지방 핵심 도시들이 주변 지방 도시의 인구 유출까지 막으면서 수도권 인구 밀집 현상을 억제하는 것이다."

압축도시를 형성하는 데 유의할 점은 없나.
"거점 지구가 아닌 교외 지역은 소외된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적 이점을 교외 지역과 잘 분배하되, 교외 지역을 개발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또 인구가 밀집돼 있어 자연재해의 피해가 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상황에도 취약하다. 대비가 철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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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사라진다] ①[르포] 소멸하는 지방 도시

[도시가 사라진다]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