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케이스 스터디> 지방 소멸 막은 日 하리마 권역

세종시로 국회와 행정부를 이관하는 내용의 행정 수도 이전이 정치권과 경제계의 화두로 급부상했다. 이에 대해 정권의 지지율 추락을 만회하기 위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 수도의 미래는 2012년 출범한 세종시의 현재를 살펴보면 추론할 수 있다. 세종시 인구는 최근 출범 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반전하는 등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이코노미조선’은 지방 현장 취재를 통해 이른바 국토 균형 발전의 허상을 뜯어보는 커버 스토리를 작성했다. [편집자 주]

일본 하리마 권역은 일본 정부의 ‘지방 소멸’ 대응 정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사진은 하리마 권역의 연계중추도시 역할을 하는 히메지(姫路).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나라다. 일본 총무성과 한국 토지주택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총인구는 2050년에 현재보다 25.5% 감소한 9515만 명에 머물 전망이다. 2050년에는 현재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약 19%가 완전히 무인화하고 약 44%는 인구의 반 이상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정부는 2014년부터 ‘지방 소멸’이라는 용어를 거론하며 지방 도시를 살리기 위한 국토 개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건 2014년 7월 발표한 ‘국토 그랜드 디자인 2050’ 계획이다. 이 계획의 핵심 키워드는 ‘지방 도시의 콤팩트화와 네트워크 강화’다. 총인구 감소 상황에서도 지방 도시에 머무는 사람들이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중심이 되는 도시에 인프라를 압축(콤팩트 화)하고 인프라 성립이 가능할 만한 인구 규모를 확보할 수 있게 교통 네트워크를 강화해 인근 지역에서 편히 오갈 수 있는 권역을 설정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단일 도시의 인구 확보만을 목표로 하는 과거의 정책 및 거점 시설 유치 노력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간 경쟁과 갈등을 심화하고, 해당 도시 및 중앙 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판단해 전국 곳곳에 연계중추도시권을 설정하고 있다.

연계중추도시권은 지역에서 상당 규모의 중추성을 가지는 권역의 중심도시(인구 20만 명 이상)를 지정하고 인프라와 행정 기능을 압축한 후 인근의 시, 정(한국의 군 단위), 촌(한국의 구 단위) 등과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권역을 뜻한다. 저출산 트렌드에서도 일정 이상의 권역 인구를 가지고 활력 있는 사회 경제를 유지할 수 있게 거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미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다. 연계중추도시권으로 인프라를 확보하고 인구 감소를 막은 일본 하리마(播磨) 권역의 사례를 세 가지 포인트로 나눠 살펴봤다.

◇포인트 1│압축과 연결 통해 일상생활 내실 향상

일본 효고현(兵庫県) 서부에 있는 하리마 권역에는 현재 8개 시와 8개 정이 포함된다. 2016년 권역 설정 후 중심이 되는 연계중추도시(중심도시)는 히메지(姫路)로 이 시의 인구는 50만 명을 돌파해 꾸준히 늘고 있다. 연계중추도시권 설정 후 권역의 전체 인구도 130만 명을 돌파해, 느는 추세다. 하리마 권역은 효고현 내에서 히메지를 중심으로 통근·통학률이 높은 지역이 연계한 형태다.

이러한 연계중추도시권의 형성은 인프라 확충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연계중추도시에 인프라를 집중해 인근 지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히메지는 2015년부터 하리마 권역의 중추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목표를 설정했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의료였다. 고령층이 많기 때문이다. 구급 의료 체계 확보, 2·3차 의료기관 확보, 의료 종사자 확보, 소방 방재 거점 시설 강화가 첫 번째 작업이었다. 이어 JR히메 지역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교통편도 조정해 인근 지역과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이후 인구가 조금씩 늘면서 백화점·대학·박물관 등 고차 인프라가 줄줄이 강화됐다. 지역 인프라 활성화 방안을 연계중추도시 중심으로 시행해, 인구 유입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룬 것이다. 하리마 권역의 연계중추도시인 히메지는 정령지정도시(인구 50만 명 이상)로 승급을 앞두고 있다. 정령지정도시가 되면 권한도 커지므로 중심도시 기능이 더 강화될 전망이다.

◇포인트 2│뚜렷한 경제 성장 전략 수립

무엇보다 필수적인 부분은 경제다. 일자리가 인구 감소를 막는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리마 권역은 시작부터 뚜렷한 경제 성장 전략을 수립했다. 엉뚱한 것을 새로 도입하는 게 아닌 기존에 강점이 있는 분야를 강화한 점이 주목된다. 크게 ‘장인 제조업의 힘 강화’ ‘지역 브랜드 육성’ ‘교류 인구 증가’라는 세 가지 전략 방향을 정했다. 히메지는 일본에서 장인의 고장 중 하나로 통한다. 이 시를 상징하는 히메지성은 일본 건축가의 장인 정신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히메지에는 가죽 장인이 많아 현재도 일본 최고의 가죽 산지로 꼽히는 곳이다. 아울러 연계 지역과 함께 하리마 권역의 브랜드 ‘풍작의 국가 하리마’를 내세우고 이 권역으로 기업 유치를 촉진하고 있다. 이 밖에도 광역 관광 연계 사업, 도서관 상호 이용 촉진 사업 등을 함께 시행한다. 권역 전체의 고용 창출, 정주 촉진, 지역 활성화를 통한 자존감 향상이라는 선순환을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포인트 3│지역 주민 실제 생활권을 분석해 정책 수립

하리마 권역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행정 구역이 아닌 일상생활권의 연계를 통해 권역을 설정했다는 점이다. 지역 인구가 실제로 이동하는 동선을 매일 분석해 연계하는 작업을 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국토 및 도시를 재편하는 조정 정책뿐만 아니라 인구 감소와 직접 관련된 일자리, 인구 유입, 육아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동시에 진행했다.

연계중추도시인 히메지에는 의료 및 복지 기능 관련 시설 유치가 빈번하게 진행되고 있다. 연계중추도시의 거점 시설 및 활동을 권역 전체로 확장하는 시책 진행과 권역의 브랜드를 창출해 산업 및 상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광역 연계를 통한 일정 규모의 도시권 형성에 대한 장점을 일관되게 강조해 지자체의 자율적이면서 주도적인 계획 작성을 유도했다. 토지주택연구원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시·정·촌 합병, 행정 개혁, 연계중추도시권 제안 등을 통해 연계 협약을 신설하고 지자체 간 일대일 협약이 가능하게 해 지역에 맞는 유동적인 연계를 유도했다"라며 "정부발(發)로 진행되는 하향적 권역 설정이 아닌 지자체의 자주 의지와 일상 생활권 분석에 따른 연계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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