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압박 전략 나선 이스타 노조, 인수 의지만 꺾어
제주항공(089590)과 이스타항공의 M&A(인수합병)가 무산된 배경을 두고 양측이 법정 공방을 예고한 가운데 이스타항공 안팎에서는 조종사 노조의 제주항공 압박 전략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와중인데 이스타항공 노조가 녹취록 공개, 소송전 등 강공책으로 나서면서 제주항공의 의지를 꺾었다는 평가다. 실소유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끝내 외면하면서 제주항공이 포기한 상황인데, 제주항공만 너무 물고 늘어졌다는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는 사실상 예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끝내 사재출연이나 정부 지원 요청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이나 외부 전문가는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의 사재출연이 없다면 인수가 무산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해왔다. 앞서 지난 1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10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 해결 등이 포함된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 파기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미 껍데기만 남은 이스타항공이 기댈 곳은 이상직 일가뿐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이스타항공에 지분을 헌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침묵을 이어오다 전날인 22일 라디오에 출연해 뒤늦게 입장을 밝혔다. 사회자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대책을 묻자 이 의원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이스타항공 살리기' 운동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에서도 LCC(저비용항공사)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만 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의 밀린 임금은 제주항공이 지급하기로 약속한 사항이며, 자신이 내놓은 지분으로 체불 임금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법적 책임이 제주항공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이 억지를 부리니 고용 승계와 미지급 임금 중요하니 지분헌납으로 그거부터 (해결)하자고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은 지분가치가 사실상 제로라고 봐야 한다. 제주항공과의 M&A가 정상적으로 진행됐을 경우에나 가치가 있는 지분이었기 때문에 이 의원의 지분 헌납 발표는 헌납이 아니라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많았다.
노조의 제주항공 압박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3월 2일 체결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주식매매계약(SPA) 계약서에는 "인수 과정에서 인사·노무와 관련한 소송·고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서 조항이 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 노조 측은 지난 4월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를 4대 보험 횡령 혐의로, 지난달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그의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를 횡령·배임 혐의로 잇따라 검찰에 고발했다. 이스타항공 노조가 계약 무효 조항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제주항공으로선 해당 계약을 무효로 할 권한이 생긴 것이다.
인수합병의 또 다른 단서 조항이었던 구조조정도 이스타항공 노조가 반발하면서 제주항공은 물론 이스타항공 사측과 마찰을 빚었다. 이스타항공은 전 직원의 45%를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수립해 근로자대표 측의 동의를 얻었지만 조종사노조는 이 비중을 25%(400명)로 낮추라고 한 데 이어 나중에는 구조조정 전면 반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고 구조조정 반대, 인수 촉구 집회를 여는 등 제주항공을 압박하면서 가뜩이나 옅어지던 제주항공의 인수 의지는 완전히 꺾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제주항공 모회사인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도 이스타항공 인수 촉구 집회를 이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