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사들이 만드는 '메틸셀룰로스', 고기 고유의 맛 구현
다우케미컬, 롯데정밀화학, 신예츠화학 등 소수기업만 생산
코로나 사태 이후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만드는 대체육, 이른바 '콩고기'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화학사 롯데정밀화학(004000)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식물성 단백질을 '진짜 고기'처럼 만드는 과정에서 메틸셀룰로스라는 화학 첨가제를 사용하는데, 롯데정밀화학이 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현재 121억달러(약 15조원)로 추정되는 세계 대체육 시장은 5년 뒤 279억달러(약 34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실제로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네슬레의 어썸버거 등 대체육을 만드는 푸드테크 기업의 매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육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기 고유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다우케미컬이 생산하는 메틸셀룰로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품과 식품에 사용되는 메틸셀룰로스를 생산하는 기업은 세계적으로 롯데정밀화학을 비롯해 바스프, 다우케미컬, 일본 신예츠화학, 애쉬랜드 등이다.
국내에서는 롯데정밀화학이 메틸셀룰로스 '애니코트(제품명)'를 만들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애니코트는 2009년 식품용으로 용도가 확대됐고, 현재 인천 공장에서 연간 7000t이 만들어지고 있다. 식품용 애니코트는 그룹 식품 계열사인 롯데푸드롯데제과등에 공급되고 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체육이 등장하면서 애니코트의 잠재시장은 5년 뒤 지금보다 14배 확대될 것"이라며 "지금은 애니코트 수요처가 대부분 제약용 캡슐과 알약이지만, 식품용으로도 그 활용도가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정밀화학의 애니코트는 화장품 첨가제, 필름코팅, 결합제 등으로도 사용된다. 그는 롯데정밀화학이 생산하는 제품 중 애니코트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제약사 수요와 식품용 그레이드 수요가 증가하면서 애니코트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애니코트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페셜티 화학 사업에 투자를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것"이라고 했다. 증설과 신시장 창출, 원가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롯데정밀화학은 연구팀 내 식의약개발팀을 따로 두고 있는데 이곳 14명의 연구 인력이 애니코트의 응용 기술과 제품 개발, 식품소재 기반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의 사업부문은 일반화학, 정밀화학, 전자재료 등 세개로 구분되는데, 이중 정밀화학(셀룰로스 계열)으로 애니코트를 비롯해 메셀로스(건축용 시멘트 물성 향상제), 헤셀로스(수용성 페인트 첨가제), ECH(에폭시수지 원료) 등이 생산된다.
다만 메틸셀룰로스 사업이 당장 코로나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롯데정밀화학의 실적을 끌어올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메틸셀룰로스의 사업 규모가 아직 작은 데다 코로나 사태에 직격탄을 맞아 당장의 수요는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애니코트의 매출(연결 기준) 비중은 7.5%이고, 이 중 식품용은 0.4%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식의약소재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는 롯데정밀화학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롯데는 지난 2016년 삼성과 '빅딜'을 통해 화학 계열사인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삼성SDI케미칼사업부를 인수했고, 삼성 간판을 뗀 롯데정밀화학은 그룹 내 정밀소재 사업을 담당하며 크게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