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개인투자자 의욕 꺾는 방식은 안돼"
기재부, 금융세제 개편안 대폭 수정… "공청회 등 여론 수렴"
주식차익 공제액 2000만→5000만원, 거래세 인하시기 1년 당겨
"금융투자 활성화는 미지수… 주식 장기보유 공제 혜택 있어야"

2023년부터 주식이나 펀드로 얻는 5000만원 초과 수익에 대해서는 20%의 세율로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앞서 지난달 25일 정부가 발표한 ‘금융세제 개편방향’에는 국내 펀드를 제외하고 국내 주식의 양도 차익을 2000만원까지 공제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최종안에는 펀드, 파생상품 등의 손익도 합쳐서 총 5000만원까지 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또 정부는 양도세가 증가함에 따라 현재 0.25%인 증권거래세를 2021년 0.02%포인트(P), 2023년 0.08%P 등 총 0.1%P 인하하기로 했다. 증권거래세 인하 시점은 당초 2022년 0.02%P, 2023년 0.08%P였는데, 1년 앞당기기로 한 것이다. 모든 금융투자 손실(결손금)에 대한 이월공제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됐다.

◇文대통령 "개인투자자 역할 중요"... 주식+펀드 5000만원 상향

기획재정부는 22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0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금융소득의 성격‧실현방식에 따라 이자‧배당(14%∼42%) 또는 양도(20%·25%) 소득세 과세, 주식거래에 대해 증권거래세를 과세하기로 했다. 이번 개편은 근로소득과 달리,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다.

이번 개편안은 지난달 발표된 금융세제 개편방향과는 큰 차이가 있다.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와 증권거래세 인하 시점을 놓고 ‘증세’, ‘이중과세’ 논란이 일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재검토를 지시했다.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재부가 추진하는 금융세제 개편방안에 대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며 "최근 주식시장을 받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에 대해 응원이 필요한 시기, 개인투자자들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달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5000만원 초과의 주식·펀드 등 금융투자소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고, 증권거래세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상장주식, 공모 주식형 펀드를 합산해 차익이 5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20% 세율로 양도소득세가 과세된다.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5% 세율이 적용된다. 예컨데,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A주식(주당 5만원)을 5000만원에 매수한 뒤 1억원에 매도해 5000만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했다면, 5000만원 공제를 받아 양도소득세는 0원이 된다. 차익이 8000만원일 경우, 초과분인 3000만원에 대해서는 20%의 양도세가 과세된다. 또 만약 A주식이 7배 올라 3억5000만원에 매도한다면 차익 2억5000만원은 20%, 3억원 초과분인 5000만원에 대해서는 25% 세율이 적용된다.

투자자의 가용자금 확대 등 납세편의를 높이기 위해 원천징수 기간도 ‘월별’에서 ‘반기별’로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과세 체계에 ‘금융투자소득’ 분야를 신설했다. 또 펀드 과세체계를 개편해, 펀드의 모든 손익을 과세대상에 포함시키고, 펀드 간 손익을 금융투자소득 내에서 통산을 허용하기로 했다. 자본시장법 상 원금 손실가능성이 있는 증권(채무‧지분‧수익‧파생결합‧증권예탁‧투자계약증권)과 파생상품에 대해서 실현한 모든 소득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그동안 A펀드로 100만원 이익을 보고, B펀드에서 200만원 손실이 났다면, A펀드의 이익 100만원에 대해 과세를 했다. 하지만 펀드 간 손익이 통합되면서 손실금 100만원에 대한 과세는 없어지게 된다. 또 A펀드로 1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하고, 주식으로 200만원의 손실을 봤을때도, 그동안 펀드 수익 100만원에 대해 과세됐다. 하지만 펀드와 주식이 금융투자소득으로 묶이면서 손실금 100만원에 대한 과세는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미국(15%~20%), 일본(20%), 영국(10%~20%), 독일(25%), 프랑스(30%) 등 선진국에서도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고 있다"며 "5000만원을 공제할 경우 양도세를 부담하는 투자자는 전체 600만명 가운데 상위 2.5%(약 15만명) 수준"이라고 했다.

2020년 세법개정안

◇펀드 과세·ISA 가입요건 개편… "금융투자 활성화는 글쎄"

정부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국민 재산 증식을 위한 대표적인 금융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가입대상 확대, 계약기간 탄력성 부여 등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ISA 가입대상은 소득이 있는 자, 농어민에서 9세 이상 거주자로 확대한다. 자산운용 범위도 예·적금, 집합투자증권 등에서 상장주식이 추가된다. 계약기간은 기존 5년에서 3년 이상의 범위에서 계약자가 자율적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전년도 미납분에 대해서는 연 2000만원, 최대 1억원까지 이월납입도 허용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융세제 개선 기본방향 발표 이후, 언론과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저금리 상황에서 국민의 금융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증권거래세 조기 인하, 기본공제 상향 조정 등 당초 기본방향을 수정하게 됐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식에 대한 장기보유혜택이 없다는 점에는 아쉬움을 표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과세선진화는 처음 발표했던 것보다는 분명히 진전이 있다"면서도 "다만 그동안 문제제기가 있었던 장기보유에 대한 인센티브는 여전히 빠져있고, 장기보유 인센티브가 없이는 금융투자 활성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거래세를 남겨서 고빈도매매(초단기매매)의 허들을 유지한다면, 장기보유에 대한 세제혜택도 있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세법개정안 입법예고를 진행한 뒤, 다음달 25일 국무회의를 거쳐, 9월 3일 이전까지 정기국회에 세법개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