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006280)의 지주회사인 GC(녹십자홀딩스)가 캐나다에 있는 혈액제제 생산공장과 미국 혈액원 사업부문을 세계 최대 혈액제제 회사인 스페인 그리폴스에 매각한다. GC가 해외 계열사를 한꺼번에 매각하는 것은 창립 이후 처음이며, 매각 금액은 5520억원으로 국내 제약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GC는 그리폴스에 혈액제제 북미 생산 법인인 GC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GCBT)와 미국 혈액원 사업부문인 GCAM 지분 100%를 넘기기로 했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GC가 여러 해외 계열사를 한꺼번에 매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매각은 사업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고려해 내실을 기하는 선제적 조치를 한 것"이라며 "캐나다 GCBT의 경우 설비 투자는 완료됐지만, 현지 바이오 생산공정 전문인력 부족으로 지난 2018년부터 상업 가동을 위해 본사로부터 인력·기술 지원을 받아왔다. 더욱이 코로나19로 하늘길까지 끊기면서 애초 내년 정도로 계획되었던 자립이 기약 없이 지연될 조짐을 보이자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GC녹십자 연구원이 국내 혈액제제 생산시설(오창공장)에서 면역글로불린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계약 규모만 4억6000만달러(약 5520억원)에 이른다. GC는 이 금액에서 차입금 등을 정산한 나머지 금액을 받게 된다. 기업결합 등 승인 절차는 올해 9월까지 진행된다. 이후 60일 이내에 정산이 이뤄지도록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올해 말에는 모든 매각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업체 측은 내다봤다.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있는 GCBT는 연간 생산능력 100만L 규모의 혈액제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GC녹십자는 2015년 6월 이 공장을 착공해 2년 뒤인 2017년 10월 준공했다. 국내 기업이 북미에 세운 첫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이다. 투자 규모만 2억5000만캐나다달러(약 22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 인증 등의 절차가 늦어지면서 아직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GC는 그간 이원화돼 있던 북미 혈액제제 부문 구조를 GC녹십자로 집중해 사업을 더 빠르게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며 "매각하는 북미 자산과 별도로 선행적으로 2배 증설 완료한 GC녹십자 국내 혈액제제 생산시설(오창공장) 가동률을 높이는데 온전히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GC녹십자는 올 4분기쯤 면역글로불린 10% IVIG 미국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빠르면 내년 말 허가를 받아 내후년엔 이 제품 미국 매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