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C, 대기업이 출자한 벤처캐피털
금산분리 규제 때문에 SK·LG는 설립 못해
공정위 "총수 일가 사익 편취 우려" 부정적이지만
文대통령 "벤처기업에 유동성 유입돼야"라며 긍정적 입장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기업형 벤처캐피털도 조속히 결론을 내고 도입하는 등 혁신성이 높은 벤처기업에 시중의 유동성이 충분히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대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는 기업형 벤처캐피털 도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corporate venture capital)은 대기업이 출자한 벤처캐피털(VC)을 뜻한다. 대기업이 벤처캐피털 활동으로 우량 스타트업에 투자하다가, 모(母)기업의 사업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다.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VC의 한 형태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은 '구글벤처스' 인텔은 '인텔캐피털', 바이두는 '바이두벤처스' 등의 CVC를 두고 있다. 우리 정부도 벤처 투자 확대를 위해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제한적 보유를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의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이점이 있다. CVC와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 발굴에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고, 지속적인 도움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금산분리 규제 때문에 지주사 체제인 SK나 LG 등 대기업들의 CVC 설립이 불가능하다. 지주사 체제가 아닌 삼성이나 카카오 등이 CVC를 운영하고 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다. CVC가 없는 지주회사는 공정거래법상 스타트업 투자 시 지분 40% 이상을 확보해 자회사로 보유하거나, 5% 미만의 지분 투자만 허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산분리 원칙을 깰 수 없다며 CVC 도입에 반대해 왔다. 공정위는 지난 6월에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벤처회사에 대한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총수 일가가 사익을 편취하거나 편법적 경영 승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또 "지주회사의 CVC 지배를 금지한 것이 대기업 벤처 투자의 핵심적인 제약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대기업 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해도 벤처 투자 확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