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씨는 19일 오후 11시께 샤워를 마친 후 욕실 바닥에서 유충 한 마리를 발견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아파트 욕실에서 발견된 유충.

인천과 경기 일부 지역에 이어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이 인체에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사람에게 접촉성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의료계 관계자들은 "이번에 발견된 깔다구 유충이 피부가 예민한 사람에게 알레르기나 접촉성 피부염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깔따구 유해성과 관련된 연구는 없다. 다만 깔따구 유충의 경우 피부가 예민하거나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건강한 사람 대비 약 15%가 영향을 받는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가 있다.

이와 관련 김현정 세종충남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가 예민한 사람의 경우는 (해당 유충이) 피부에 닿으면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피부에 상처가 있을 경우엔 파고들거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 이 유충은 그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인천에서 발생한 깔따구 유충은 정수장 수돗물 맛·냄새·미량유해물질 등을 제거하기 위해 설치한 입상활성탄지에서 번식된 깔따구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 교수는 "유충이 발생한 정확한 원인은 보다 면밀한 조사를 통해 규명해봐야 알 수 있겠으나,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화하고 있고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엄밀한 의미에서는 오염된 수돗물이 맞기 때문에 정수장 관리가 필요해보인다"면서 "보통의 정수장의 경우 오염물질이나 박테리아 등을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 센서가 마련돼 있다. 이번의 깔따구 같은 경우 센서에서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걸러낼 수 있는 새 지표나 또는 센서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기생충 학자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유충이 육안으로 보인다는 것이 놀랄 일은 맞지만, 인체에 건강 상 치명적 악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물이 크게 오염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충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유충 단계에서는 크게 (인체 건강) 문제가 없고, 오히려 성충이 되면 이로부터 집먼지진드기 등이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깔다구 유충이 발견됐다는 것은 수돗물 내 관리가 안됐다는 것을 의미하고, 유해한 균이 있을 확률도 있다"면서 "보다 면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인천과 경기 일부 지역 수돗물에서 유충이 잇따라 발견된 데 이어 서울에서도 유충 발견 민원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9일 인천시 서구 왕길동에 거주하는 주민이 처음으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고 신고한 이후 18일까지 누적 신고는 381건, 실제 유충 발견은 144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씨는 19일 오후 11시쯤 샤워를 마친 뒤 욕실 바닥에서 유충 한 마리를 발견해 중부수도사업소와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신고했다. 발견된 유충은 약 1cm 길이에 굵기는 머리카락 정도로 붉은색을 띄고 있었다. 김씨는 발견된 벌레가 "물속에서 실지렁이처럼 꿈틀거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