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 구이저우 마오타이(貴州茅台)를 비롯한 고급 바이주(白酒) 제조사들의 주가가 중국 공산당 기관지의 소셜미디어(SNS) 논평 한 건에 폭락해 60조원 넘는 돈이 증발했다. 중국 증권가에서는 "중국 당국이 최근의 증시 과열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식인 마오타이를 표적으로 삼아 논평을 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7월 들어 급등한 중국 증시를 주목하는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투자 대상 기업의 펀더멘털이 아닌 중국 당국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시장 밖 요소도 주의해야 한다는 교훈을 줬다.

중국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구이저우 마오타이의 주가는 지난 16일 장에서 전거래일 종가 1752.53위안보다 7.9% 하락한 1614위안(약 27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전날 2조2000억위안보다 1700억위안(약 30조원)이 줄어든 2조300억위안. 중국 선전(深圳) 증시에 상장된 주요 고급 바이주 제조업체들의 주가도 동반 폭락했다. 이빈 우량예(五粮液), 루저우 라오자오(瀘州老窖), 안후이 구징궁주(古井貢酒), 쓰촨 수이징판(水井坊), 장쑤 양허다취(洋河大曲) 등은 16일 하한가(10%)를 기록했다. 17일 증시에서 구이저우 마오타이(2.11%), 우량예(1.90%), 구중궁주(0.82%)는 반등하며 일부 손실을 만회했지만 라오자오(0.94%), 양허다취(0.49%), 수이징판(3.87%)은 추가로 하락했다.

이에 따른 이들 회사의 17일 종가 기준 시총 합계는 3조3600억위안(약 578조원)으로, 15일 종가 기준 시총 합계 3조7000억위안(약 637조원)보다 3500억위안(약 60조원)이 줄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 산하의 소셜미디어(SNS) 위챗 계정 '쉐시샤오주(學習小組)'의 '맛이 변한 마오타이주, 누가 아직 사고 있나' 논평

구이저우 마오타이 주가가 폭락한 이유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 산하의 위챗 계정인 '쉐시샤오주(學習小組)'가 지난 16일 이 회사 전 최고경영자의 부정부패를 비판하는 논평을 냈기 때문이다. '맛이 변한 마오타이주, 누가 아직 사고 있나'는 제목의 논평은 지난 2019년 공개된 구이저우 마오타이 그룹의 전 회장인 위안런궈(袁仁國)와 그의 일가의 부정부패 혐의를 소개하고 "바이주는 마시는 것이지 투기나 부패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19년 5월 중국 당국은 위안런궈가 당의 기율과 국가의 법률을 위반해 당적과 공직을 박탈당하는 처분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2014년 반부패 드라이브로 바이주 회사들의 주가가 반토막이 났던 경험이 트라우마로 작용했고, 중국 당국이 '황제주' 마오타이를 타겟으로 삼아 증시에 낀 거품을 걷어내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이번 논평은 작년 5월에 공개된 사건을 1년만에 끄집어내 비판하고 있다. 투옥된 위안런궈의 영상도 함께 올라왔다. 중국 당국이 새로울 것 없는 사건을 상기시키는 의도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지난 2017년 마오타이 주가가 너무 빨리 오른다고 경고한 뒤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면서 "중국 당국이 최근의 증시 과열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식인 마오타이를 표적으로 삼아 논평을 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증시는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레버리지 규모가 5년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블룸버그는 중국 증권사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2015년과 같은 증시 붕괴를 사전에 막으려는 것이 당국의 계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이저우 마오타이의 주가 폭락은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7월 들어 중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대중국 직접 투자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 직접 투자 때는 투자 대상 기업의 펀더멘털이 아닌 당국의 정책적 개입이라는 시장 밖 요소에도 늘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일깨워준 셈이다.

찐링(Jin Ling) KB증권 연구원은 "역사, 자연환경, 양조기술, 품질, 브랜드파워, 상징성, 이익률 등 고급 백주의 특징과 희소성에 따른 기업가치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7월 들어 중국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구이저우마오타이의 단기 조정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중국의 백주

구이저우마오타이가 만드는 마오타이주는 중국 서남방 구이저우성(貴州省)에서 생산되는 고급 술이다. 양조·숙성 단계가 최소 수년이 걸려 공급량이 한정돼 있는 반면 수요는 매우 커서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중국 경제 성장에 따라 내수 시장이 커지면서 주가도 꾸준히 상승했다. 작년에는 매출액 888억 위안 순이익 412억 위안을 기록했고, 시총은 공상은행을 제치고 중국 1위로 올라섰다.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구이저우 마오타이 주식의 잔고는 7월 16일 현재 1억7100만달러로 전체 해외 주식 중 22번째로 많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 중에서는 2번째로 많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