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상대하기 싫다” 발언도 시진핑과 김정은에 대해선 우호적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월 7일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과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dealing with)하는 것이 정말 싫다"며 한국인을 "끔찍한 사람들(terrible people)"이라고 불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래리 호건(오른쪽) 메릴랜드 주지사와 그의 한국인 부인 유미 호건 여사.

이같은 사실은 당시 만찬에 참석했던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16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쓴 기고문을 통해 알려졌다.

호건 주지사는 부인 유미 여사가 한국 출신이어서 ‘한국의 사위’로 불린다. 만찬에는 유미 여사도 참석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큰 결례를 범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호건 주지사도 칼럼에서 "유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고향(한국)에 대해 모욕적인 언사를 늘어놓을 때 그 자리에 있었다. 얼마나 마음이 상하고 화가 났는지 느낄 수 있었지만, 끝까지 정중하고 차분하게 자리를 지켰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친구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골프 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북한 독재자 김정은과 잘지내는 지를 이야기 했다고 호건 주지사는 전했다.

호건 주지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주된 이유는 "우리에게 돈(방위비)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왜 그동안 그들을 보호해왔는지 모르겠다"며 불평했다고 호건 주지사는 전했다. 당시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주한미군이 미군부대 내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 휴직 카드를 들고나와 한국을 압박하던 상황이었다.

호건 주지사는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테스트 장비를 한국에서 들여온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당시 호건 주지사가 "50만회 검사가 가능한 한국산 장비를 확보했다"고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접촉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자 호건 주지사가 MSNBC 방송 ‘모닝 조’에 출연해 "(한국산 진단키트 구매는) 정확히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하라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메릴랜드주는 한국에 엄청난 빚을 졌다.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에 도움을 준 한국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했다. CNN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호건 주지사의 배우자인 유미 호건 여사가 키트 구매 과정에서 직접 한국 업체와 협상하는 등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대로) 그것을 완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