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을 법 시행 이전 계약에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자 소급 적용 논란이 커지고 있다. 6.17 대책 이후 나온 소급 적용 논란만 벌써 3번째다.

앞서 6·17 대책에서 비조정지역을 조정지역으로 지정하자 해당 지역에서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줄어들면서 소급 적용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또 임대사업자의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을 소급 적용한다는 내용의 법인이 발의되면서 한바탕 논란이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법에 대한 신뢰성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1번 출구 앞에서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온라인 카페 회원들이 연대집회를 하고 있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3일 "앞으로 임대차 3법 관련 국회 논의가 시작되면 기존 계약에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겠다"면서 "임대료 급등으로 인한 임차인 주거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이 시행될 경우 세입자는 최소 4년(2년+2년) 이상의 임차 기간을 보장받고 임대인은 계약 갱신 시 기존 임대료의 5% 이상을 올리지 못한다.

기존 계약에 대해서 임대차 3법을 소급 적용하는 데 대해 국토교통부는 임대료 급등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조치 차원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0일 부동산 대책 발표 브리핑에서 "2018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할 때도 갱신 계약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적용하게 한 전례가 있다"면서 "그때처럼 갱신 계약에도 똑같이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다면 현재 살고 계시는 임차인의 주거안정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6.17 대책 이후 계속되는 소급 조치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계속 제기되는 중이다. 지난 달 대책 발표 이후 규제지역 지정 지역에서 잔금 대출이 줄면서 일부 아파트 수분양자가 잔금대출 축소로 피해를 보게 되면서 소급 적용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7.10 대책이 나오기 직전에도 주택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소급해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가 당초 임대사업 등록을 장려해놓고는 입장을 바꿔 임대사업자들의 뒷통수를 친다는 논란이 커지자 결국 기존 혜택은 유지하기로 결정됐다.

부동산 관련 입법의 경우 과거에 완성된 사실에 대해 바뀐 법을 들이대는 ‘진정소급'과 법 개정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일과 관련한 규제여서 위헌 소지가 없는 ‘부진정소급’으로 나뉜다. 법조계에서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소급 논란 역시 사안에 따라 판단이 나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잇따른 부동산 규제로 줄줄이 소급적용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법의 신뢰성 침해 등의 차원에서 법률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는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규제는 진정소급과 부진정소급 여부에 따라 합헌성 허용 여부가 달라지고, 국민 인식과 괴리가 벌어지기도 하면서 논란이 된다"이라면서 "다만 정부가 22번이나 대책을 내놓으면서 소급 논란이 여러 차례 발생하고 있는 현 상황은 비정상적"이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국 소급적용 문제가 있음에도 공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핵심이지만, 정부는 그간 정책을 너무 낙관적으로만 생각해 여러번의 정책에도 정책 효과라는 공익성을 거두지 못했다"면서 "이런 문제가 반복되면 국민이 정책을 믿고 따를 수 있을는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