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씨는 올해 여름 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이다. 회사에서는 2주간의 장기휴가를 권유하는데, 해외여행은 막혀 있고 국내 여행은 어느 곳이나 붐빌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바가지요금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는 "그냥 어디 틀어박혀 넷플릭스나 볼까 한다"면서 "거래처에도 '특별히 하는 것은 없으니 급한 일이 있으면 연락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름까지 이어지면서 직장인들의 휴가 풍경이 바뀌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비용 절감 및 인력 운용 효율화를 위해 연차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반면 직장인들은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실적이 안 좋아서 연가 보상비를 받기도 어려울 것 같다"면서 "휴가 일수는 남아도는데, 코로나 때문에 정작 갈 곳은 없어 휴가 계획을 세우기 애매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선 DB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7말 8초(7월 말∼8월 초)' 휴가 성수기를 앞두고 잇따라 긴 휴가를 권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올해 2주 이상 휴가를 가도록 하는 '빅 브레이크(Big Break)'를 더욱 장려하고 있다. 한곳에 머물며 쉬고, 출근 전 건강 상태를 확인할 시간을 넉넉히 가지라는 목적이다. GS칼텍스는 여름휴가 2주를 보장하는 리프레시 제도에 연차를 더할 수 있게 하고, LG그룹도 올해 상시 휴가제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올해 휴가일 증가 움직임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전국 5인 이상 기업 793개를 조사한 결과 올해 하계휴가를 실시하는 기업들의 휴가 일수는 3.8일이었다. 지난해(3.7일)에 비해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여름휴가가 5일 이상이다'라고 답한 기업의 비중도 28.2%에서 31.7%로 늘어났다.

기업들은 올해 연차소진에도 적극적이다. 포스코, 코오롱 FNC,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은 최근 코로나 사태로 비상경영을 시행한다며 한달에 한번 정해진 날 연차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롯데월드와 AK플라자, 인터파크등도 앞선 2월 재택근무 대신 연차사용을 권한 바 있다.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시행해 연가 보상비를 주지 않겠다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기업들은 법에서 정한 일정한 절차를 거치면 연차휴가 수당 지급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경총 조사 결과 전국 5인 이상 기업 793곳 중 62.7%가 올해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52.7%)보다 10%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하계 휴가비를 지급하겠다고 밝힌 곳은 지난해(54.5%)에 비해 6.1%포인트 줄어든 48.4%였다.

상황이 이렇자 직장인들은 코로나19 시국에 여름휴가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골치를 앓고 있다. 순환 유급 휴직 중인 한 승무원은 "석 달에 한달 꼴로 일하는데 근무를 하는 달 스케줄도 지난해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조금 일하면 또 쉬기 때문에 여름휴가를 낼 생각이 없는데 회사는 자꾸 언제 연차를 소진할지 묻는다"고 했다.

직장인 한모(30)씨는 "'연차와 대체 휴가를 모두 소진하라'는 공지가 네번이나 내려와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일주일 휴가를 썼는데, 다시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장기 휴가 계획을 또 제출하라고 한다"면서 "해외에 여행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휴가를 다 쓰라고 하니 답답하다"고 했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직장인 8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름 휴가 계획이 있다는 직장인은 26.8%에 그쳤다. 전년도 조사와 비교해 3분의 1수준이다. 휴가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코로나 때문에 외부활동에 제약이 따를 것 같아서'(60.7%)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비용부담(14%)이 뒤를 이었다.

많은 직장인은 호캉스(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 집콕(외출없이 실내휴식)으로 시간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직장인 박모(31)씨는 "회사에서는 장기 휴가 계획을 미리 올리라고 하는데,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어떻게 알겠느냐"며 "그냥 2일 정도씩 나눠서 연차를 내서 집에서 쉬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