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순수하고 부끄러움 많았던 사람, 나의 오랜 친구 박원순"
고민정, 영결식 사회 맡아 "남아 있는 우리가 만들어갈 세상 생각"
여성운동가 남인순, 당 최고위 불참하고 장지까지 따라가
공지영 "바보 박원순…주님께서 너그러이 안아주실 테니"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린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공동장례위원장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사를 하고 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A씨는 13일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며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지르고 싶었다"고 했다. 또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했다.

A씨는 이날 한국 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이 대독한 글에서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청원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청원은 현재 56만여명이 동의했다. 앞서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서울특별시 주관의 장례는 그 자체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의 장례는 서울특별시장으로 이날 오전 진행됐고, 여권 인사들은 박 시장을 한목소리로 추모했다. 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 한 명만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당의 일원으로 서울시민과 국민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최혜영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 시장 장례위원회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영결식에 참석해 조사(弔詞)를 통해 "열정만큼이나 순수하고 부끄러움이 많았던 사람이기에 그의 마지막 길이 너무 아프고 슬프다"며 "나의 오랜 친구, 박원순 시장님 한평생 정말 고생 많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조문한 뒤 '고인에 대한 의혹과 관련 당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은 기자를 쏘아 본 뒤 "예의가 아니다.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나. 최소한 가릴 게 있다"라고 말고 혼잣말로 "XX자식 같으니라고"라고 말했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이날 영결식에 사회자로 참석해 "이제 손을 잡을 수도, 얘기 나눌 수도 없지만 남아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 만들어갈 세상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고 울먹거리며 말했다. 고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서도 "하루 종일 마음 한 켠이 쓰라리다"고 했다. 고 의원은 지난 1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원종건씨가 미투 논란으로 영입인재 자격을 스스로 반납한 것과 관련해 한 방송에 출연해 "당 대처가 빨랐다"고 평가해 비판을 받았다. 원씨 논란의 본질은 외면하고 '대처가 빨랐다'고만 했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 글에서 "1992년부터 함께 여러 가지 일을 했다. 뭐라 말 할 수가 없다. 그저 눈물뿐"이라며 "박원순 시장님, 내 선배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정 의원은 여성운동가 출신의 재선의원으로, 이날 A씨 기자회견이 열린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상임대표를 지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성폭력과 가정폭력 등을 당한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지낸 여성운동가이자 '박원순계'인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박 전 시장과 관련해 발언은 하지 않았다. 다만 남 의원은 이날 오전 박 전 시장 영결식 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장지까지 따라갔기 때문이다. 남 의원은 민주당에서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위원회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 폭로 이후 설치된 당내 기구다.

박범계 의원은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가 '맑은 분이기 때문'이라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 10일 조문을 마친 뒤 "참여정부 출범 때부터 뵀고 맑은 분이시기 때문에 세상을 하직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라는 느낌이 든다"며 "얼마 전 전화가 왔는데 전화를 받지 못해 이게 너무 송구스럽고 미안할 따름"이라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트위터 캡처

친여(親與) 성향 공지영 작가는 지난 11일 트위터에서 "아직은 눈물이 다 안 나와요, 라고 쓰려니 눈물이 나네"라며 "바보 박원순"이라고 썼다. 이어 "잘 가요, 주님께서 그대의 인생 전체를 보시고 얼마나 애썼는지 헤아리시며 너그러이 안아주실 테니"라고 했다. 공 작가는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청각장애 학생 성폭행 사건을 다룬 소설 '도가니'의 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