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통해 은행 앱에서 페이 충전금 확인도 가능

30대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잘 쓰지 않던 간편결제 서비스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언제 넣어뒀는지도 모를 충전금이 10만원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는 평소에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충전금이 얼마나 있는지 대략 알고 있었지만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는 처음 가입할 때나 이벤트를 할 때만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충전금을 쌓아놓고도 까먹은 것이다.

내년부터는 A씨처럼 간편결제 서비스에 돈을 넣어놓고도 잊어버리는 일이 없어진다. 자주 이용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한 곳에서 여러 간편결제 서비스에 충전해 놓은 돈을 한꺼번에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 간편결제 모습.

13일 핀테크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공유해야 하는 결제 정보에 충전금 잔액도 포함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페이 앱에서 네이버페이에 있는 충전금까지 확인하는 게 가능해진다. 여기에 더해 금융위는 오픈뱅킹을 통해서도 간편결제 충전금 잔액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금은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 충전금을 확인하려면 일일이 간편결제 서비스를 실행해야 한다. 카카오페이에서는 카카오페이에 충전한 돈만 확인할 수 있다. 그나마 자주 이용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는 결제 과정에서 잔액을 확인할 수 있지만 자주 쓰지 않는 간편결제 서비스는 A씨처럼 충전금 존재 자체를 잊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은행 앱에서는 간편결제 충전금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아예 없다.

금융위와 핀테크 업계는 소비자의 불편을 줄여주기 위해 마이데이터 사업을 이용해 한 곳에서 간편결제 서비스 충전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이미 은행의 계좌 잔고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통해 한 곳에서 여러 은행의 잔고를 확인하는 게 가능한데, 간편결제 충전금도 같은 방식으로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전자금융업자의 충전금 정보를 여러 사업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오픈뱅킹에도 간편결제 충전금과 관련한 정보를 일부 제공해 은행 앱에서도 충전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간편결제 이용자가 한 곳에서 충전금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건 내년 중순쯤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오는 8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마이데이터 허가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마이데이터 허가는 최소 3개월 정도가 걸리고, 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실제 서비스를 내놓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빨라야 내년 봄은 지나야 제대로 된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충전금을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되면 자주 이용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한 곳에 충전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그전에 충성 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서비스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편결제 충전금 규모는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2016년에만 해도 1조원 정도에 그쳤지만 작년 말에는 1조6700억원으로 늘었다. 금융위가 간편결제 충전 한도를 현재 2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늘릴 계획이라 앞으로 충전금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