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美中 갈등 우려에 박스권 전망…변동성은 완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지난 3월 19일 1285.7원까지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 최근 1190~1200원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주요국이 봉쇄조치를 해제하고 경제 재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경기 부양책 효과까지 맞물리면서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완화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는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중심으로 박스권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어 하방 압력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원·달러 환율, 투자심리 회복에 1200원대 하회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2020년 6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이달 8일까지 원.달러 환율 변화율은 3.6% 수준이다. 이는 미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의 변화율을 수치화한 것으로 숫자가 플러스(+)이면 원화 강세, 마이너스(-)면 약세를 의미한다.

지난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95.5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급등하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최근 다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달 9일 석 달 만에 1200원대 밑으로 내려온 환율은 이후 119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주(州) 백악관에서 열린 '학교의 안전한 재개를 위한 국가적 대화' 행사에 참석했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는 미국 등 주요국이 코로나에 따른 봉쇄조치를 완화하고 경제 재개에 나서기 시작한 것과 관련이 있다.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글로벌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이후 전 세계 증시는 대부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주가는 4.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국, 한국 등 신흥국 주가는 15% 급등했다.

각국의 경기 부양책 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코트라에 따르면 미국은 코로나 이후 개인소득 보전, 기업대출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2조달러(한화 약 2500조원) 규모의 코로나 경기 부양책을 발효했다. 중국은 8조2500억위안(약 1400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도입했고, 일본은 234조엔(약 260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책정했다.

하나금융연구소 윤지선 연구원은 "상반기 달러인덱스(DXY)는 코로나발(發) 충격으로 글로벌 달러 경색이 나타나며 104포인트(P)까지 급등했지만, 이후 각국이 공격적인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97P 부근으로 안정됐다"며 "달러화 약세 압력은 점차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재확산 공포 상존…하반기도 박스권 환율 전망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하반기에도 1200원을 중심으로 박스권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앞서는 분위기다. 상반기에 비해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지만 코로나 재확산, 미·중 무역갈등, 대북 리스크 등이 상존해있는 만큼 위험선호 심리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조선비즈가 외환시장 전문가 5인을 대상으로 하반기 환율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오는 3, 4분기 환율은 1150~125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 변동 범위가 1156~1128.7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하반기에도 환율은 큰 변동성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외환시장 하반기 원·달러 환율 예상 레인지

국내외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35명 늘어 누적 1만3373명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6만9000명 발생해 사흘 연속 일일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4분기에 날씨가 추워지면서 호흡기 질환이 유행할 경우 경제 활동이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소득 보전 측면에서 경기 부양책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등 4분기 지표가 3분기 만큼 좋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하방 압력은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환율 하락 압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중국을 압력하기 위해 1차 무역합의를 파기하는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위안화 약세로 원화도 약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코로나 재확산 우려와 더불어 대북 리스크, 수출 회복 지연 가능성이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을 제한할 것으로 내다봤다. KB증권의 경우 오는 3, 4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을 각각 1195원, 1185원으로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은 환율이 3분기에는 1160~1260원, 4분기에는 1180~132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