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투자증권, 90일 빌리는데 연 10%로 가장 비싸
주가 떨어지면 강제로 매도한 뒤 회수해 위험률 '0'

지난달 말 회사원 최모(41)씨는 단기 자금이 필요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담보로 거래하던 증권사에서 1억원을 빌렸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거래 고객들에게 계좌에 있는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고 있는데 급하게 돈이 필요해 은행 보다 대출심사가 빠른 증권사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한 것이다.

최씨는 이틀간 돈을 빌린 후 곧바로 갚았지만 이자 3만6000원을 내야했다. 대출이자를 연 이율로 환산하면 연 6.3%였다. 그는 "빨리 돈을 빌릴 수 있어 편한 점도 있었지만 담보까지 잡히고 아주 짧은 기간 돈을 빌리는데 이자가 좀 많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대까지 내려갔음에도 대부분의 증권사가 3~4개월 간 단기 주식담보대출을 내주며 연 7~8%의 금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연 1%대로 떨어졌다. 한국씨티은행은 거래규모가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연 1.48%의 주택담보대출(6개월 변동금리 상품 기준)을 내놓았다

0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BNK투자증권은 91~120일간 주식담보대출을 내주는데 연 10%의 금리를 받고 있다. 금투협에 주식담보대출 금리가 공시된 17개 증권사 중 가장 높다. DS투자증권은 연 9%를 받고 있다.

KB증권·대신증권(003540)·한양증권(001750)·한화투자증권(003530)(연 8.5%), 한국투자증권(연 8.1%), SK증권(001510)(연 8.0%), 삼성증권(016360)(연 7.5%)도 7~8%대의 금리를 받고 있다. 정부는 불법 사금융을 단속한다면서 불법 사금융업체가 연 6% 이상의 금리를 받지 못하도록 했지만, 정작 제도권 내 금융사인 증권사들은 여전히 고금리 이자장사를 계속하고 있다.

그래픽=박길우

1~15일간 초단기 자금을 빌려주는데도 연 8~9%대의 금리를 요구하는 증권사도 있다. NH투자증권(005940)은 1~15일간 주식담보대출을 비려주면서 연 9.5%의 금리를 받고 있고 대신증권(003540)은 연 8.5%, SK증권(001510)은 연 8.0%를 받는다. 증권사가 이렇게 고금리로 빌려준 주식담보대출 규모는 17조1521억원(6일 기준·금융투자협회)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0.5%까지 낮아지는 등 시장금리가 계속 낮아져 돈을 조달하는데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데도 증권사들이 10% 안팎의 금리를 받는 것은 폭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투자자는 "가격이 안정적인 우량주식만을 담보로 잡고 담보로 잡힌 주식의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강제로 팔아 대출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위험이 거의 없는데 금리를 너무 높게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각 증권사가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방식이 다 다르고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금리가 다소 높은 곳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